‘침묵의 암살자’ 박인비(28ㆍKB금융그룹)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US여자오픈 최연소 우승(19세11개월18일)으로 시동을 건 박인비는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사상 일곱 번째로 커리어그랜드슬램 달성했고, 명예의 전당 입성까지 확정했다. LPGA에서 수집한 트로피만 메이저 7승을 포함해 17개다. 그가 현역 골퍼 중 최고의 선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때마침 112년 만에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부활했다. 이는 박인비에게 눈부신 금자탑에 돌 하나를 더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본보는 ‘골프여제’박인비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의 해를 맞은 각오와 심정을 들어봤다. 이하 일문일답.
-골프가 112년 만에 올림픽에서 부활했다. 메이저 대회와 비교해 올림픽 메달에 어느 정도의 가중치를 두고 있나.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을 비교한다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다. 현존하는 선수들 중 아무도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경험해 본 선수가 없기에 더더욱 어떤 의미라는 기준이 없는 것 같다. 메이저 대회는 역사와 전통이 있고, 역대우승자들도 많아 내가 어떤 반열에 오르게 되는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지만 올림픽은 모든 것이 새롭다. 올림픽은 지금까지 해왔던 메이저 대회와는 접근부터가 다르다. 나라를 대표해서 출전하는 만큼 그 자체만으로도 큰 영광이고 ‘올림피언(올림픽 참가 선수)’이라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에도 의미를 두고 싶다. 메이저 대회는 트로피가 꼭 필요하지만, 올림픽은 좋은 경기를 전세계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다. 그리고 골프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축제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명예의 전당 입성 등 이루고자 했던 바를 모두 이뤘다. (올림픽 출전 등)새롭게 동기부여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올림픽 참가 이외의 목표는 올해도 메이저 대회에서 꼭 한번 이상 우승하고 싶다는 것이다. 올해는 프로생활 10년째다. 그 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좋은 한 해를 보내고 싶다. 원하는 많은 것들을 이뤘기 때문에 결과를 목표로 하지 않겠다. 하고 싶었던 것 그리고 꼭 했어야 했는데 두려움 혹은 결과에 연연하느라 하지 못했던 샷들에 과감히 도전해보고 싶다. 한 단계 나를 성장시켜야 하는 타이밍인 거 같다.”
-다른 종목 선수들은 1월1일 산에 오르면서 각오를 새롭게 다지기도 한다. 새해 첫날을 어떻게 보냈나.
“1월1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날을 기점으로 새 시즌을 시작한다는 생각을 갖고 싶어 일부러 스케줄을 잡았다. 비행기에 타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오직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생각하는데 가장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2015년 태극낭자들간의 경쟁이 골프 한류를 이끈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올림픽에서도 이런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보는 가.
“물론이다. 올림픽 출전은 한국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이고 좋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최종 엔트리 마감(7월11일)이 다가오면 출전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고, 그럴수록 그 안에서 압박감을 이겨내는 선수와 못 이겨내는 선수들이 가려지게 될 것이다. 이런 점이 태극낭자들의 경쟁력을 한 단계 성장시켜 주는 또 다른 골프한류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올림픽에서 리디아 고나 스테이시 루이스 등 뉴질랜드, 미국 선수들과의 대결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오히려 한국선수들끼리 메달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슈퍼 파워’가 나올 것만 같다. 태극마크를 단 한국선수들이 오히려 더 강한 경쟁상대가 될 거 같다.”
-시차나 환경에 잘 적응하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 경험하는 올림픽 무대나 골프코스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가.
“IGF (International Golf Federation) 즉, 올림픽에서 골프를 담당하는 조직위 선수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미팅과 화상회의를 통해 의논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올림픽에 대한 정보를 듣고 선수들의 의견을 대표해 소통하고 있다. 공개된 골프 코스는 사진으로 많이 접했다. 바닷가에 있어 바람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만큼 코스 적응이나 시차적응은 그 동안 해왔던 대로 잘할 것으로 생각된다. 올림픽 전후로 많은 시합들이 있기 때문에 부상 없이 좋은 컨디션으로 리우에 입성하는 게 관건이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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