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유 없이 몸무게가 1㎏ 넘게 줄었네.” 엊그제 퇴근했더니 아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순간 겁이 덜컥 났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혹시 중병이라도 걸린 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아내는 살이 잘 찌는 체질이다. 식단을 조절하고 열심히 운동해도 현상유지면 다행이다. 더욱이 50대에 접어들면 여성호르몬이 감소하고 체지방이 늘어나기 마련. 40대 이하에선 남성 비만율이 높지만, 50대부터 여성 비만율이 앞서는 것도 여성호르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왜 살이 빠진 걸까.
▦ 아무리 따져봐도 ‘춥게 지내기’ 외엔 다른 이유가 없었다. 올 겨울 실내온도를 작년보다 2도 낮은 섭씨 20도로 유지한 게 유일한 환경 변화였다. 온도를 낮춘 건 올 겨울이 유난히 따뜻한 데다 난방비 감당이 쉽지 않아서였다. 우리 집은 지은 지 30년 된 낡은 단독주택이다. 단열재가 제대로 쓰였을 리 만무하다. 새는 틈이 많아 열 효율이 낮으니 따뜻하게 지내려면 가스보일러를 풀 가동해야 한다. 해서 온도를 낮추는 대신 거실 바닥에 카펫을 깔고 창문마다 에어캡(뽁뽁이)을 덧댔다. 내복은 기본이고 두툼한 겉옷을 늘 걸친다.
▦ 추위의 체중감소 효과는 의학적으로도 입증됐다. 겨울에는 우리 몸이 활발하게 지방을 태워서 추위에 대응한다. 섭씨 15도 이하에서 15분 가량 노출되면 칼로리를 저장하는 백색지방이 에너지를 연소시키는 갈색지방으로 바뀌면서 자전거 페달을 1시간 가량 밟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2014년 호주 시드니대학). 추우면 심장이 신체 곳곳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더 왕성히 활동하므로 심장근육이 튼튼해지고, 염증과 통증을 줄여줘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모기 진드기 등 병균과 해충을 박멸해 질병을 막아주는 건 덤이다.
▦ 정부가 권장하는 겨울철 실내 적정온도는 섭씨 18~20도다. 의학적으로도 실내에서 가장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건강 온도다. 실내온도를 1도 내리면 최대 7%의 난방비가 절감된다. 내복만 입어도 체온을 3도 높여 난방비를 20% 가량 줄일 수 있다. 겨울은 춥게 지내고 여름은 덥게 지내는 게 자연의 이치다. 그래야 지구도 건강해진다. 화석연료도 줄이고, 난방비도 절약하고, 무엇보다 건강에 도움이 되니 1석 3조다. 추위 다이어트를 권해 본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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