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시사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가 최신호에 지난해 9월 터키 해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돼 시리아 난민들에 대한 유럽의 개방 정책을 이끌어낸 세 살 박이 꼬마 난민 아일란 쿠르디를 미래의 성추행범으로 묘사하는 만평을 실어 파문이 일고 있다. 파리 시내에 위치한 샤를리 에브도는 지난해 1월 7일 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만평을 그렸다는 이유로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아 직원 12명이 희생된 곳이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샤를리 에브도는 ‘이주민(Migrants)’이라는 제목으로 잡지 내지에 게재한 만평에서 터키 해안에서 엎드린 채 발견된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을 묘사한 후 ‘꼬마 아일란이 자라면 무엇이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써놨다. 아래에는 손을 내밀고 여성을 뒤쫓는 남자들의 그림을 그려놨고, 설명으로 ‘독일에서 엉덩이를 더듬는 사람’이라고 적어놨다. 최근 독일 쾰른 등지에서 발생한 난민 출신 용의자들의 집단 성폭력 사건을 연상케 하는 그림을 통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던 쿠르디를 사실상 범죄자와 동일시하는 조롱을 한 것이다.
중동 난민의 참상을 세계에 전하고 죽은 쿠르디를 만평으로 희화화한 샤를리 에브도에 대해 네티즌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난민 출신 성폭력 용의자들로 인해 독일 등 유럽 전역에서 반 이민자 정서가 커지고 있지만 혐오감을 줄 정도로 지나친 표현이라는 지적이 잇달았다. BBC는 “역겹고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만평이며 인종차별과 이슬람혐오를 불러일으킨다는 비난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쏟아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샤를리 에브도가 쿠르디를 만평에 등장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에도 쿠르디가 숨진 장면 뒤에 ‘목표에 다 왔는데’라는 글과 ‘어린이 햄버거 세트를 하나 가격에 두 개’라는 광고판을 그린 만평으로 난민들이 마치 햄버거를 먹으려고 유럽으로 넘어오고 있는 것처럼 묘사해 빈축을 산 바 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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