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를 설립한 인촌 김성수(1891∼1955)가 일제강점기 친일 행위를 했다고 법원이 재차 인정했다. 그의 후손이 2011년 11월 항소한 지 4년 2개월 만에 나온 2심 판단이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황병하)는 14일 인촌의 증손자인 김재호 동아일보사 사장과 재단법인 인촌기념회가 행정자치부 장관을 상대로 낸 친일반민족행위 결정 취소 소송의 항소심에서 “1심의 사실 인정이 옳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위원회)는 2008년 11월 조사에 나서 2009년 6월 김성수가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다고 결정했다. 김 사장 등은 이에 불복해 2010년 1월 “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1942~1944년 (당시 보성전문학교 교장인) 김성수가 (조선총독부의) 징병제도 실시 감사축하대회 등에 참석한 것이 오로지 일제의 강요에 의한 행위라고 볼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징병ㆍ학병을 찬양하며 선전ㆍ선동하는 다수의 글을 ‘매일신보’ ‘경성일보’ ‘춘추’ 등 전국 일간지에 게재했다”며 “망인의 글들이 명의 도용이나 날조된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사장 등이 “매일신보 등 기사들은 당시 과장ㆍ왜곡된 것이어서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1941년 인촌이 친일단체 흥아보국단. 조선임전보국단에서 각각 준비위원, 발기인 겸 감사를 맡고 ‘일본제국주의의 내선융화와 황민화 운동을 적극 주도했다는 부분은 그렇게 볼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이 맞다는 동일한 결론을 내기까지 무려 4년 2개월이 걸렸다. 서울고법은 “기록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 등을 들면서 선고를 차일피일 미뤘고, 그 사이 재판장이 5명이나 바뀌기도 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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