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의 새 용병 알렉산드르 부츠(28·등록명 알렉산더ㆍ러시아)의 활약이 범상치 않다.
알렉산더는 1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16 V리그 삼성화재와 원정경기에서 35득점을 폭발시켰다. 이날 우리카드는 삼성화재에 세트스코어 2-3(18-25 25-21 25-19 18-25 13-15)으로 석패했지만, 알렉산더의 활약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는 지난 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데뷔전에서 30득점을 올리더니 10일 KB손해보험전에서는 34득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부상으로 떠난 군다스(31)를 대신해 1월 우리카드에 합류했지만, 그는 오랫동안 V리그를 누빈 용병처럼 연일 막강한 득점포를 가동 중이다.
알렉산더는 ‘저비용 고효율’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는 3개월간 20만 달러(약 2억4,000만 원)를 받는 조건으로 우리카드와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 비하면 ‘헐값’ 계약이다. 알렉산더는 V리그를 밟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 이력이 화려한 편은 아니다. 키 203cm, 체중 97kg으로 오른쪽 공격을 맡고 있는 그는 최근까지 러시아 2부리그 로코모티브 이즘루드에서 뛰었다. 해당 리그에서 득점 1위를 달렸지만, 그의 영입은 우리카드로서 다소 위험부담이 있었다. V리그를 거쳐 간 용병들은 대부분 유럽 1부 리그 출신이거나 자국 주전 공격수인 경우가 많았던 이유에서다. 한국전력의 주포 얀 스토크(33ㆍ체코)만 해도 러시아 1부 리그 득점왕 출신이다.
우리카드의 한 관계자는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에 구단의 강력한 의지를 담았다”며 알렉산더의 영입에 공을 들였음을 밝혔다. 알렉산더 입단 당시 “공격력 강화와 다양한 전술구사를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고 밝힌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은 7일 한국전력과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9연패를 하다가 알렉산더가 와서 이겼으니 80점 이상은 줘야 할 것 같다. 한국 음식도 잘 먹으려고 하고 인성도 좋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김 감독은 이날 풀세트 접전 끝에 삼성화재에 패했지만 “(알렉산더가) 열심히 잘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점수로 연결시키는 부분이 있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알렉산더를 트라이아웃(공개선발제도)의 기준이 될 외국인 선수로 보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용병들의 몸값 거품을 빼기 위해 이번 시즌 후 남자부도 올 시즌 여자부처럼 트라이아웃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알렉산더와 같이 저비용 고효율의 외국인 선수들이 많이 들어올 경우 구단의 예산 활용도는 높아질 수 있다. 구단은 외국인 선수에게 투자하는 돈을 국내 선수에게 사용할 수 있고 그렇게 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선수의 발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화재전에서 알렉산더가 보여준 기량은 독일 국가대표 출신이자 특급 용병인 괴르기 그로저(32ㆍ36득점)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내년 V리그 각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 선발 때 이름값보다는 내실을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다.
대전=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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