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오늘하루도'를 기획한 조익환은 "일러스트레이션과 현대미술 사이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대중음악은 있는데 왜 대중미술은 없을까? 하고 늘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자주 보고 즐길 수 있으면서도 작가성은 잃지 않은 작업을 하고 싶어요.”
미술작가 조익환(29)에게는 지난해 새로운 직함이 생겼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사 ‘오하오’ 대표다. ‘오하오’가 지난 9일 출시한 앱 ‘오늘하루도’는 7명의 작가가 매주 그린 작품으로 스마트폰의 잠금화면을 매일 바꿔주는 앱이다. 조익환은 “‘오늘하루도’를 통해서 더 많은 이들에게 우리 작업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익대 판화과를 졸업하고 한예종 조교를 거친 조익환은 지난해 5월부터 다른 작가 6명과 함께 일주일에 하나씩 작품을 그리기로 약속했다. 처음에는 SNS 정기 공개를 목표로 했지만, 좀 더 그럴싸하게 작품을 소개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만화가 온라인 웹툰으로 변신했듯, 젊은이들의 스마트폰을 공략하자는 것이었다. 7명이 요일을 나눠 맡았고 조익환 자신도 월요일에 연재를 시작했다.
주간 연재인 만큼 마감도 있다. 작업 패턴이 달라지기 때문에 작가들로서는 부담이 된다. 하지만 참여작가들은 이를 자기 작업의 발전을 위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금요일 연재를 맡은 인정훈(31)은 “지금이 내가 무엇을 그릴지를 고민해야 할 시기인데, 의무적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이 좋은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수요 연재를 맡은 노희선(29)은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키는 일이지만 최근에는 그래픽 디자이너도 자신만의 작업 스타일을 만들어낸 사례가 많다”며 “앱을 통해 내 스타일을 완성하고 잠재적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조익환이 말하는 대중미술은 ‘팝 아트’와는 다르다. 팝 아트는 대중문화 속 이미지를 차용해 기존 미술계 내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반면 조익환이 상상한 대중미술은 말 그대로 ‘값싸게 많이 알려진’ 미술이다. “지금 미술은 고급문화라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매일 저희들의 작품을 보다 보면 애정이 생길 거고 작품이나 소품을 구매할 의욕도 자연스레 생길 것 같아요.”
조익환뿐 아니라 젊은 작가들 가운데는 자신의 작품을 대량으로 그려 웹에 공개하길 주저하지 않는 작가들이 다수 등장했다. SBS 라디오 등을 통해 사람들의 사연을 수집해 그림으로 그리는 ‘호상근 재현소’의 호상근, 매일 그린 작품을 SNS에 공유하고 이를 모아 ‘데일리 픽션’이라는 책으로 출간한 노상호 등이 특정 대표작이 아니라 그들만의 스타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조익환은 “지금은 미술전시를 해도 아주 큰 전시장이 아니면 관심을 끌지 못하기 때문에 꼭 전시를 해야 하나 싶은 회의도 생겼다”며 “앱으로는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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