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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넘고 태릉선수촌 벽에 사진 걸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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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넘고 태릉선수촌 벽에 사진 걸어야죠”

입력
2016.01.1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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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모두 선수 출신인 ‘탁구 가족’

선배 유승민 보며 세계정상 꿈 키워

2004년 이후 끊긴 올림픽 金 도전

이상수가 지난 7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 승리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이상수가 지난 7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 승리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한국 탁구는 탁구가 국기인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대로 손꼽힌다. 실제 올림픽 결승전에서도 한국은 중국을 수 차례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1988 서울올림픽에서 유남규(48)가 남자 단식 금메달, 현정화(47)-양영자(52)가 여자복식 금메달을 따내며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유승민(34)이 남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며 명실상부한 ‘국민종목’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탁구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2004년 이후 끊긴 금맥은 10년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탁구대표팀이 훈련하는 태릉선수촌 승리관 한쪽 벽에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1966 방콕 아시안게임 단식 금메달리스트 김충용(73)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의 현역시절 모습을 시작으로 유남규 현정화 김택수를 지나 2004년 유승민의 활약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유승민의 오른쪽 자리는 비어있다. 이 자리에 ‘열혈 남아’ 이상수(26ㆍ삼성생명)가 도전장을 던졌다. 7일 승리관에서 만난 그는 “꼭 금메달을 따 비어있는 벽에 내 사진을 넣는 게 목표”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탁구밖에 모르는 열혈남아

이상수는 아버지가 탁구장을 운영하던 초등 3학년 때 처음 라켓을 잡았다. 아버지는 대학까지, 어머니는 고교시절까지 선수를 한 ‘탁구 가족’이다. 하지만 선수생활의 고됨을 잘 아는 어머니는 아들이 같은 길을 걷는 것을 반대했다. 어린 이상수는 ‘꼭 탁구를 하고 싶다’고 설득했고 어머니는 아들의 열망을 꺾을 수 없었다.

탁구 대표팀 지도자들은 이상수에 대해 ‘탁구 밖에 모르는 바보’라고 입을 모은다. 고교생이던 이상수를 삼성생명으로 스카우트 한 강문수(64) 국가대표팀 총감독은 “타고난 천재는 아니지만 노력하는 수재형”이라며 “고교 때부터 집념이 강했다. 정말 탁구밖에 모르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상수는 공식 훈련 외에 야간에 따로 개인훈련까지 한다. 인터뷰 전날에는 400m 트랙을 돌다 쓰러지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평소라면 못 버틸 것 같은데 올림픽이 큰 동기부여가 된다. 여기서 멈추면 평생 후회할 것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탁구에 ‘올인’한 이상수에게 여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재형(51) 대표팀 코치는 “너무 자신에게만 몰입돼 자신의 박자를 잃곤 한다. 좀 더 여유를 갖고 상대선수가 하는 것도 봤으면 좋겠다”면서도 “이상수의 공격은 날카롭다. 그가 공격하면 세계 누구도 막기 쉽지 않기 때문에 여유를 갖는다면 누구라도 이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탁구 이상수 선수.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탁구 이상수 선수.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닮고 싶은, 넘고 싶은 유승민

이상수에게 유승민(현 삼성생명 코치)은 우상이자 넘고 싶은 선배다. 유승민의 부천 내동중 후배인 이상수는 중학교 2학년이던 2004년, 유승민이 금메달을 딴 뒤 모교에 방문했을 때 직접 꽃다발을 전해줬다. 이상수는 “당시 유승민 선배가 ‘열심히 해서 꼭 국가대표가 돼라’고 말해줬다”며 “그날 이후 국가대표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유승민도 어린 이상수가 꽃다발을 전해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우상이던 유승민은 이제 그의 든든한 조력자다. 이상수는 “(유승민이)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라이벌들의 영상도 주고 선수 분석도 많이 도와주신다”며 “선배의 발자취를 꼭 넘어보고 싶다”고 눈을 반짝였다.

이상수는 지난해 10월 정영식(24ㆍKDB대우증권), 주세혁(36ㆍ삼성생명)과 함께 올림픽 남자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베테랑 주세혁을 제외하고 모두 올림픽 경험이 전무하다. 대표팀에게 ‘만리장성의 벽’은 넘어야 할 과제다. 1988년부터 2012년까지 모두 7차례 열린 올림픽에서 28개의 금메달이 나왔는데 그 중 24개를 중국이 휩쓸었다.

이상수는 “홍콩 일본 대만 등 또 다른 강국들을 상대로 차례차례 좋은 경기를 펼치다 보면 중국을 못 넘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죽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 한 경기 한 경기 버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반드시 비어있는 벽에 내 사진을 넣겠다”고 힘줘 말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박기수 인턴기자(한국외대 스페인어과 4년)

●이상수는

생년월일 1990년 8월13일

신체조건 키 179cm, 체중 68kg

출신교 삼정초-내동중-중원고

소속 삼성생명

주특기 포핸드 드라이브

주요경력

2015년 제28회 광주 하계U대회 남자 단식 동메달

2013년 국제탁구연맹 월드투어 폴란드오픈 남자 복식 우승

2012년 ITTF 월드투어 체코오픈 남자 복식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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