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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새벽 손님

입력
2016.01.1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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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인기척에 잠을 깼다.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느꼈다. 웬 아리따운 여인이 자애로운 미소로 손수건을 건네는 꿈을 꾸던 참이었다. 여인의 얼굴은 어머니를 닮은 것도, 애인을 닮은 것도 같았다. 그녀가 말할 때마다 입에서 꽃이 피는 장면이 꿈에서도 생생했다. 소리는 그렇게 다가왔다. 그러니까, 잠결에 귀에서 꽃이 핀다고 느낀 거다.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봤다. 잠들기 전 켜두었던 노란 스탠드 불빛이 그려낸 천장의 그림자마저 무슨 꽃 모양이었다. 거실로 나갔다. 소리가 분명해졌다. 현관 앞 좁은 낭하에서 공명하는 소리의 반향은 꽤 컸다. 고양이 소리였다. 징징대거나 울부짖는 게 아닌, 울림통이 크면서도 낮고 잔잔한 소리. 나이가 많은 암컷이라고 여겼다. 인간의 말로 번역하면 “저기요~” 정도로 들릴 듯싶었다. 현관문을 열고 내다봤다. 덩치가 큰 흑백 점박이 코리안 숏 헤어였다. 문득 임신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많이 내린 새벽, 추위와 허기의 흔적이 역력했다. 나를 보고 피하기는커녕 숫제 집으로 들어올 기세였다. 문을 열어둔 채 길을 텄으나 들어오진 않았다. 나를 힐끗 보더니 계단 아래 잡동사니를 모아둔 곳으로 느릿느릿 걸어갔다. 냉장고에서 국물용 멸치를 꺼내 그 앞에 내놓았다. 한 시간 뒤, 멸치 더미가 바닥까지 사라졌다. 소리를 되새겨봤다. 그런 소리로 누구에게 속삭여 보고 싶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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