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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10달러 시대 ‘째깍 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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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10달러 시대 ‘째깍 째깍’

입력
2016.01.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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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개월 간 15달러 급락

WTI 12년來 장중 30달러 붕괴

투자기관 “추가 하락” 잇단 전망

OPEC 공급과잉 통제 불능에

위안화 절하도 수요감소 불러

경제 전반 디플레이션 우려 고조

오일머니 이탈 가속 땐 금융 충격

두바이유 가격 변화(달러/배럴). 자료:한국석유공사
두바이유 가격 변화(달러/배럴). 자료:한국석유공사

국제유가가 바닥 없이 추락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20달러대에 머물렀고 상대적으로 고급 원유이자 국제유가 기준이 되는 미국산 서부텍사스중질유(WTI)와 브렌트유도 배럴당 30달러에 겨우 턱걸이 했다. 투자기관들은 올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만큼 우리 경제도 수출 등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공급과잉이 가장 큰 원인, “10달러까지 떨어질 것”

12일(현지시간)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26.44달러를 기록하며 계속 30달러를 밑돌고 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WTI 가격은 30.44달러로 마감했지만 장중 한때 29.93달러까지 떨어져 일시적으로 30달러선이 붕괴됐다. WTI가 3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이날 30.86달러로 전일 대비 3.8%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초만 해도 배럴당 45달러였던 유가는 새해 들어 30달러선이 무너졌다. 불과 3개월 여만에 15달러 가량 폭락했다.

유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과잉이다. 회원국들의 분열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량 조절을 통한 원유 시장 통제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OPEC 회원들은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량 조절을 위한 특별 총회 개최를 요구했으나 이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OPEC는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총회 개최를 반대해 유가 하락을 더 부채질했다.

여기에 이란과 분쟁 중인 사우디는 원유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생산량을 줄이지 않을 방침이며, 경제 제재 해제를 앞둔 이란 역시 제제 이전 수준으로 원유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이라크의 다음달 원유 수출량은 363만배럴로 사상 최대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도 공급 과잉에 한 몫 하고 있다. 셰일 오일을 개발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최근 6년 동안 두 배로 치솟았다.

하지만 전세계 산유국들이 공급을 늘리는데 비해 수요가 따라주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세계 원유 공급량은 하루 평균 9,690만 배럴로, 수요량 9,540만 배럴을 초과했다.

올들어 단행한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도 유가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위안화 절하는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지만 중국 소비자 입장에서 달러로 표시되는 석유 수입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어 수요가 줄어든다”며 “주요 수입국인 중국 수요가 줄면서 유가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30달러를 기점으로 유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면서 전세계 투자은행들은 일제히 올해 유가 전망을 배럴당 10달러선까지 속속 낮추고 있다. JP모건의 데이비드 레보비츠 연구원은 이날 “유가가 바닥을 쳤다는 확신이 없다”며 “배럴당 1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탠다드차타드도 전날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영국 최대은행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도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경우 배럴당 16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렌트유가 10달러까지 떨어진 것은 아시아 외환위기가 불어닥쳤던 1998년이 마지막이며 WTI도 1999년 10달러를 기록했다.

우리 경제에도 큰 부담

극단적인 저유가는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석유류 가격 급락은 경제 전반에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운다. 지난해 0.7% 상승에 그친 소비자물가는 담뱃값 인상 요인(0.58%포인트)을 제외하면 사실상 제로(0) 수준이다. 저유가가 다른 경기둔화 요인과 맞물려 장기간 지속되면 저물가와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국내 금융시장의 충격도 우려된다. 특히 최근 ‘오일 머니’로 불리는 중동 산유국들의 투자 철수 현상이 심상치 않다. 저유가로 재정수입이 급감한 산유국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 투자금을 급격히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UAE, 노르웨이 등 3개 주요 산유국의 국내 주식 보유 규모가 지난해 11월 현재 30조6,980억원까지 급감했다. 고점이던 2014년 7월(41조3,410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25.7%(10조6,430억원) 쪼그라들었다.

기업들도 경영 목표를 다시 낮춰 잡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산유국인 중동 및 신흥국 경기가 나빠지면 우리 기업들 수출에 큰 부담이 된다. 현대차그룹은 저유가에 대비해 올해 생산ㆍ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7만대 적은 813만대로 낮춰 잡았고 현대중공업도 발주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조7,000억원 줄인 21조6,396억원으로 조정했다.

다만 정유업체들은 저유가로 석유제품 수요 증가와 상대적으로 높은 정제마진이 발생해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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