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군사당국이 12일(현지시간) 걸프해역을 순찰하던 미국 해군 선박 2척과 병사 10명을 스파이 혐의로 억류했다가 13일 석방했다. 상황이 하루만에 종료되긴 했지만 이란 핵개발을 둘러싼 금수조치 해제로 순풍을 타던 양국관계 악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미 해군이 고의로 영해를 침범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미국의 사과를 받고 걸프해역의 공해로 석방했다”고 밝혔다. IRGC는 석방 발표 직후 자신들이 운영하는 세파뉴스를 통해 나포된 미 해군 경비정 2척과 미군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미군들은 비교적 깨끗한 방에서 벽에 기대앉거나 편히 누워있었다.
문제의 미 해군 선박들은 전날 오전 쿠웨이트를 출발해 바레인으로 향하던 중 교신이 끊겼으며, 걸프해역의 이란 영토인 파르시섬 근처에서 이란 당국에 억류됐다. 당시 IRGC는 미 해군 경비정들이 영해를 침범한 것으로 보고 스파이 혐의를 적용했다. IRGC 관계자는 “나포 지역 인근에는 해군 주요 본부가 있다”며 “경비정 내 GPS 장비를 압수했다”고 설명했다.
미 백악관은 곧바로 브리핑을 통해 관련 사실을 공개한 뒤 “억류된 이들의 신변 보장 및 송환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미 당국은 “경비정 2척 가운데 1척이 기기 고장으로 표류하면서 이란 해역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의 해결 과정에선 지난 3년간 핵 협상으로 친분을 쌓은 양국 외교 수장들이 적극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사건 직후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병사들의 송환을 약속받았다고 미 해군 당국이 전했다.
미국과 이란간 핵 협상이 타결된 직후에 발생한 이번 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게 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다만 미국의 제재 해제 결정에 앞서 최근 이란이 탄도미사일 개발로 도발을 감행한 전력이 있던 터라 양국간 앙금이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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