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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일호노믹스보다 일호스타일이다

입력
2016.01.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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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신임 경제부총리가 13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유일호 신임 경제부총리가 13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새 경제사령탑의 등극치곤 참 심심하고 밋밋하다. 경제부총리를 교체하는 게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그냥 장관 한 사람이 아니라 나라 경제운용의 총책임자가 바뀐 것인데, 시장도 기업도 국민도 이렇게까지 무덤덤하고 무관심할 수 있나 싶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렵고 잘 안 풀릴 때엔 새 경제수장이 뭔가 돌파구를 찾아줄 것이란 막연한 기대라도 생기는 법인데, 13일 취임한 유일호 신임 경제부총리에 대해서는 그마저 없는 듯하다.

일차적으론 유 부총리가 너무 안이하고 느슨했다. 지난 달 경제부총리 내정 이후 최근 인사청문회까지 그의 발언과 행보를 보면 위기감도, 긴박감도, 호소력도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 전임자, 그 전임자, 혹은 다른 당국자들로부터 늘 듣던 얘기뿐이었다. 직전 최경환 부총리의 ‘초이노믹스’에 견줄 독창적 ‘일호노믹스’까지 바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리틀 초이’란 조소를 들어야 할 만큼 기존 정책기조 유지만을 강조할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새로운 게 없다면, 좀 있는 척이라도 하는 게 낫지 않았을지. 이런 유 부총리에 대해 경제 주체들의 초기 기대감은 낮아질 수 밖에 없었다. 혹시 의도적으로 눈높이를 낮춰 부담을 덜려는 고도의 ‘로우 키’전략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마저 든다.

사실 유 부총리에게 새로운 것을 내놓으라고 닦달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무리였다. 현 경제상황에서 거시정책은 어차피 확장기조로 갈 수밖에 없고, 금리는 당분간 올리기도 내리기도 힘든 국면이고, 추경은 일단 조기집행 이후에나 검토해볼 사안이다. 부동산경기가 주춤해지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를 더 조일 수도 없고, 반대로 부동산 불씨를 다시 지피려고 대출규제방향을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조세와 복지정책은 더 이상 손댈 여지가 없고, 일자리 창출은 ‘창조’브랜드를 통해 모색해야 한다.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개혁은 임기 말까지 끌고 갈 과제라 손댈 여지가 없다. 무엇을 하든 최 전 부총리 시절 짜놓은 프레임을 크게 건드리긴 힘든 구조다. 무언가 보여주려고 공연히 오버를 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유 부총리가 보여줄 게 분명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전임자와 차별화되는 일하는 스타일. 새로운 정책이 없으면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면 된다고 본다.

최 전 부총리는 보기 드문 ‘파워풀’한 경제수장이었다. 대통령 최측근 실세로서 그의 정책엔 힘이 실렸고, 취임부터 메르스 파동 발생 전까지 근 1년간은 실제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힘이 있어서인지, 소통능력은 부족해 보였다. 특히 작년 말 국회 쟁점법안 공방국면에선 야당의 높은 벽 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의원겸직 장관으로서의 정치력조차 전혀 발휘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여의도로 돌아가고 말았다.

유 부총리는 전임자보다 좀 더 대화하고 설득하는 자세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 4월 총선결과가 어떻게 되든, 국회선진화법의 운명이 어떻게 되든, 점점 더 정부는 국회 특히 야당협조 없이는 한걸음도 나아가기 힘들어지고 있다. 대야관계 원만한 재선의원으로서, 또 야당 총재를 역임한 정치원로의 아들로서, 전임자보다는 좀더 국회에 개방적이고 설득력 있는 스타일을 보여줘야 한다.

누리과정 파동도 마찬가지다. 400조원 예산을 짜는 나라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보육비를 마련하지 못해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 지방의회가 서로 싸움을 벌이는 이 어이없는 상황을 계속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누리과정 공방은 기본적으로 교육 보육문제가 아니라 재정문제인 만큼 교육부총리에게 떠맡길 게 아니라 예산편성권을 가진 경제부총리가 직접 나서야 한다. 당장 시도교육감들과 만나 밤샘끝장토론을 벌여서라도 이 얽힌 실타래를 풀기를 기대한다. 노동개혁 역시 유 부총리가 대화 테이블에 직접 앉아야 할 과제다.

유 부총리의 성공은 결코 획기적 경제정책에 달려있지 않다. 정책을 관철시킬 수 있는 스타일에 승부를 걸길 바란다.

이성철 부국장 sc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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