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협동조합연구소 이사장을 지낸 정재돈(61)씨는 7년 전부터 폐기종을 앓았다. 45년 넘게 하루 1갑씩 피운 담배가 원인이었다. 기침 등 증세가 심해져 금연을 3차례 시도했지만 매번 담배를 다시 찾았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의 도움도 소용 없었다.
사진작가로 40년 넘게 활동한 이종목(77)씨는 50년간 하루에 담배를 1갑 반씩을 피웠다. 담배를 피우는데 쓴 돈만 어림잡아 1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심근경색, 고혈압 등으로 고생하고 있는 이씨는 한동안 담배를 멀리 했었지만 사업 실패 후에 다시 담배에 손을 댔다.
그랬던 정씨와 이씨는 현재 나란히 38일째 금연 중이다. 이들은 “이번에는 다르다”며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
정씨와 이씨는 다른 흡연자 4명과 함께 지난해 12월 7일 나란히 인하대병원에 입원했다. 어디가 아파서가 아닌 ‘흡연’이라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6명 모두 20년 넘게 담배를 피우고 여러 차례 금연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암이 폐까지 전이된 환자 등 만성 폐질환, 심뇌혈관 질환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포함됐다.
이들은 인천금연지원센터로 선정된 인하대병원에서 4박 5일간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건강검진, 상담, 금연강좌 등 금연캠프 프로그램을 강도 높게 소화했다. 눈을 뜨자마자 일산화탄소 측정 등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이완운동(스트레칭)을 1시간씩 했다.
매일 집단 심리 상담, 개별 상담을 받고 하루 2, 3차례씩 금연강좌, 시청각교육을 들었다. 콩나물을 이용한 담배 독성 실험을 하고 자신의 흡연 유형이 스트레스 해소형인지 습관 또는 의존형인지를 파악했다. 산책, 명상을 하고 영양, 운동 처방도 받았다.
가정의학과 의사와 간호사, 심리상담사, 영양사 등이 이들을 도왔다. 참가자들은 특실에서 3인 1실로 생활하고 맞춤형 식단과 금연약(챔픽스), 채소스틱, 껌 등으로 금단증상을 참아냈다.
35년간 담배를 피웠다는 심호섭(54)씨는 “큰 누님이 폐암 4기라는 얘기를 듣고 금연캠프에 참가했는데 처음에는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의문이 들었다”며 “하지만 담배를 못 끊는 것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질병이라는 전문의의 치료를 받고 금연약도 처방 받으니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씨는 금연캠프 기간 동안 강의 내용, 식단 사진 등을 동창생 70명이 만든 단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방에 올려 7,8명으로부터 금연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금연캠프는 지난해 9월부터 매달 1차례씩 모두 4기 과정이 진행됐다. 참가자는 과정별로 5, 6명씩 모두 23명. 이 가운데 4주 금연에 성공한 참가자는 모두 18명이라고 하니 성공률은 78%이다. 이들은 모두 캠프 퇴소 후에도 금연을 지키고 있다. 참가자들이 오랜 기간 담배를 피워왔고 금연 실패 경험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 성공률은 상당히 높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금연에 실패한 5명도 하루 1갑에서 1갑 반씩을 피던 담배를 1~5개피 이하로 줄였다고 한다. 캠프는 1인당 100만~140만원이 소요되지만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금연지원센터를 총괄하는 김수정씨는 “하반기까지 캠프 참가자 숫자를 1회에 12명까지 늘려갈 계획이나 이미 80여명이 지원을 마친 상태라 취약계층, 흡연으로 인한 질환자 등을 우선해 선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