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엔진에는 개발자의 이름이 그대로 붙어 있다. 1864년 독일의 니콜라우스 오토는 '흡입-압축-폭발-배기'의 4행정 엔진을 개발하고 자동차를 '오토(Auto)'라고 했다. 오토의 내연기관은 자동차와 항공기 발전에 일대 혁신을 불러일으키며 인류발전에 대단한 영향력을 끼쳤다. 또 디젤엔진은 1884년 루돌프 디젤이 증기 대신 등유를 이용해서 만든 엔진이다. 디젤은 열린 생각을 지닌 선구자다. 자신의 기술을 누구나 사용하게 했는데, 이 때문에 대형트럭이나 중공업이 크게 발전하게 된다.
자동차의 엔진은 성능과 함께 다양한 소리로 진화해 왔다. 심장 박동 소리를 내거나 호랑이의 으르렁거림처럼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음악의 선율처럼 감미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감성을 자극해 우리를 비의 세계로 유혹하기도 한다. 듣는 것 만으로 자동차의 브랜드나 차종을 알 수 있을 만큼 엔진 소리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자동차회사는 음향연구에 많은 투자를 한다. 오디오와 스피커를 개발하고 음향 설계도 하지만 엔진 소리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실을 별도 운영한다. 이탈리아의 명차 마세라티의 음향연구소는 피아니스트와 음악 전문가들에게 엔진의 소리를 들려주고 공기의 흡입과 배기 음을 악보에 그리게 한다. 그런 다음 최적의 조건으로 튜닝해 독특한 소리로 승화시킨다. 청각은 시각보다 기억에 오래 남고 인간의 심리를 지배하기 때문에 고객의 선택을 끌어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런데 미래 자동차 엔진은 친환경 배터리로 대체되고 있다. 배터리 자동차는 엔진 소리가 없다. 너무 조용한 나머지 운전자가 자동차의 속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가상 엔진 소리'다. 속도에 따라 엔진의 주파수와 볼륨을 조절하는 시스템으로 과속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이때 만들어진 소리 역시 자동차 회사마다 다르다.
포효(咆哮)하는 엔진의 폭발음은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심장의 박동 소리다. 운전자와 교감하고 자동차의 상태를 알리는 수단이다. 엔진의 각 행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모니는 어떠한 가상의 소리로도 흉내 낼 수 없다. 배터리 자동차가 편의성과 경제성은 담보하지만 이 멋진 엔진 소리의 또 다른 가치를 가져다 주지는 못한다. 지금도 오래된 수동기어의 클래식 자동차가 멋스러운 것은 미래의 자동차가 가질 수 없는 희소성과 감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 김홍근은 호서대학교 부교수(창업보육 센터장)이자 (사)한국벤처 창업학회 부회장, 자동차부품제조업체 드림텍 대표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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