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의사-한의사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한의사협회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한의사협회측은 “(경찰에) 잡혀갈 때까지 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고 맞섰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13일 “(의사단체인) 의료혁신투쟁위원회(의혁투)가 대검찰청에 김필건 한의사협회 회장을 고발조치 한 것은 잘된 일”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문제가 왜 막혀있는지에 대한 양의사들의 부조리함과 보건복지부의 직무유기를 국민들에게 낱낱이 밝힐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김 회장은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골밀도측정기를 직접 사용하는 시연을 했고, 의혁투는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현행 의료법상 현대의료기기는 의사들만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에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 의혁투의 주장이다.
반면 전날 “나부터 현대의료기기를 활용해 환자를 진단할 것이며 초음파, 엑스레이도 쓰겠다”고 밝혔던 김 회장은 이날 “잡혀갈 때까지 의료기기 사용을 멈추지 않겠다”며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한의사측은 지난 2013년 “안압측정기 등은 결과가 자동으로 측정되는 기기로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할 우려가 없고 작동이나 결과 판독에 한의사의 진단 능력을 넘어서는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을 사실상 허가하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근거로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고 있다.
의협도 이날 오후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의사협회가 전날 골밀도측정기 시연을 통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것은 단 하나의 의료기기도 그들에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정부에 전국 한의원에서 불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대의료기기에 대해 행정당국이 전수조사를 실시해 행정지도 및 처분을 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고 한의원에서의 의료기기 사용을 국민으로부터 신고를 받아 고발조치 하겠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해 한의협과 대한의사협회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의료기기 허용 문제는 별도의 심의기구를 만들어 결정하자’는 중재안을 내놨으나 양측이 수용을 거부한 상태다.
고득영 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한의협과 의협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지만, 설득을 통해 적극적으로 중재를 하겠다”며 “국민 입장에서 양-한방이 융합돼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na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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