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은 바다의 호수 같다. 기다란 안면도가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물은 항상 멈춘 듯 고요하다. 이렇게 가둬진 천수만은 천혜의 산란지다. 뻘을 품은데다 물살이 잔잔해 물고기들이 새 생명을 잉태하기에 제격이다. 서해의 수많은 물고기들이 이곳을 산란장으로 삼아 몰리다 보니 천수만 입구인 오천항 인근은 항상 물 반 고기 반이다.
키조개를 코스 요리로
오천항은 철마다 각종 해산물이 차고 넘친다. 지금은 키조개가 제철이다. 키조개는 생긴 모습이 곡식의 검불을 까부르는 키와 비슷해 이름이 붙여졌다. 전국의 키조개 중 60~70%가 오천항 주변에서 생산되고 이중 30%는 일본에 수출된다고 한다. 인근 섬 주변 수심 20~50m에서 전문 잠수부에 의해 채취된다. 건장한 사내 허벅지만한 키조개는 그 속의 관자만 떼내어 유통된다. 요즘 오천항 골목 곳곳에선 아주머니들이 한 무더기 쌓여진 키조개 더미에서 관자를 떼내는 작업을 쉽게 볼 수 있다.
키조개 관자는 보통 샤브샤브나 회, 양념볶음 등으로 요리된다. 지역민들은 관자 말고도 관자에 붙은 관자날개와 관자꼬리 혹은 관자눈으로 불리는 생식기 부분도 음식재료로 활용한다. 미역국이나 된장찌개 등에 넣어 진한 국물을 우리거나 간장에 졸여 밑반찬으로 먹는다.
오천항 주변엔 키조개를 메뉴로 하는 식당이 20여 곳 있다. 선착장 주차장엔 오천항수산물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총 9집으로 1호, 2호 등 각 점포엔 번호가 붙여져 있다. 이 점포들은 키조캐를 회와 버터구이, 무침, 샤브샤브, 두루치기 등을 모두 맛볼 수 있게 코스요리로 내놓는다. 2인 6만원, 4인 10만원 선이다.
천북굴단지에선 펑펑 굴터지는 소리가
굴도 겨울이 제철이다. 오천항 인근의 천북엔 굴단지가 있다. 주말이면 집집마다 굴껍질 터지는 소리로 요란한 곳이다. 천북굴단지는 굴구이의 원조격이다. 껍질째 불에 구워 2,3분 뒤 껍질이 벌어지면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굴을 끄집어내 초장에 찍어먹는다. 예전 굴을 따던 아낙들이 겨울 한기를 달래려고 피운 장작불 속에 굴을 껍질째 던져 넣고 구워먹기 시작한 것이 이젠 지역의 토속음식이 됐다.
홍성방조제 끝자락 바닷가에 천북수산(041-641-7223) 등 100여 곳 굴구이집들이 늘어서있다. 굴구이 한 소쿠리는 3만원 정도. 굴을 구울 때 나는 펑펑 터지는 소리가 싫다면 굴찜을 권한다. 담백한 국물인 굴칼국수와 뚝배기에 굴을 넣고 지은 굴밥도 별미다.
물잠뱅이탕으로 개운하게 해장을
보령에서 제일 큰 어항인 대천항에서 요즘 많이 거래되는 어종은 물메기. 강원에선 물곰 또는 곰치로도 불리는 이 흉측한 생김새의 물고기를 보령에선 잠뱅이라 부른다.
대천항 인근 숙이네맛집(041-932-0181)이 잠뱅이탕으로 유명하다. 생물 잠뱅이를 사와선 묵은 김치를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다. 생물이다 보니 잠뱅의 살점이 살살 녹을 정도로 부드럽다. ‘어~ 어~’ 하며 연신 시원한 국물을 들이켜는데, 전날의 과음을 달래려 마신 것이 또 다시 술을 부르게 한다.
보령=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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