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처음처럼’을 겨낭해 근거 없는 비방전을 펼친 ‘참이슬’ 제조업체 하이트진로가 민사소송에서도 수십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경쟁사 비방광고로 하이트진로는 임직원의 형사처벌,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제재에 이은 거액의 배상 판결까지 잇따라 쓴 맛을 삼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오선희)는 13일 롯데칠성음료(롯데주류)가 하이트진로와 한국소비자TV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으로 33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하이트진로는 2012년 3~5월 수도권 등에서 ‘처음처럼’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킬 허위사실을 담은 현수막과 전단지 공세로 비방전에 나섰다. 그 해 3월 한국소비자TV PD 김모(35)씨가 ‘처음처럼’ 제조용수인 알칼리환원수가 위장장애나 피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취지의 고발프로그램을 내보내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활용한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인체에 치명적’, ‘처음처럼 독’, ‘불법제조’ 같은 표현을 써 가며 경쟁사 소주의 유해성을 적극 알렸다.
이미 2014년 8월 하이트진로 임직원 4명이 형사재판에서 벌금 1,000만~2,000만원을 각각 선고 받고, 공정위도 지난해 6월 과징금 1억4,300만원을 부과해 민사재판의 관심사는 승패가 아니라 배상금 액수였다.
재판부는 롯데주류가 당시 6개월간 입은 피해액 감정 추정분 40억원 중 30억원을 손해액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2012년 3월 이후 소주 매출액 및 이윤 손실액 추정치 감정결과를 그대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동일시기에 롯데주류의 강릉공장 개보수 작업, 이후 발생한 소주 침전물 발생에 따른 리콜사태 등도 매출 감소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롯데주류의 소송비용 일부인 2억원과 명예와 신용훼손 등으로 입은 위자료 1억원 등을 더해 총 33억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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