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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고민하던 울릉도 눈 안 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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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고민하던 울릉도 눈 안 와 고민

입력
2016.01.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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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올 겨울 6번째 눈이 내린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생태연못공원에 5㎝가량의 눈이 쌓였다가 이내 녹고 있다. 국내 최다설지역인 울릉도는 겨우내 눈이 오는 지역이지만 올 겨울에는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강설 일수와 적설량이 크게 줄어 주민들이 고민에 빠졌다. 울릉군청 제공.
지난 12일 올 겨울 6번째 눈이 내린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생태연못공원에 5㎝가량의 눈이 쌓였다가 이내 녹고 있다. 국내 최다설지역인 울릉도는 겨우내 눈이 오는 지역이지만 올 겨울에는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강설 일수와 적설량이 크게 줄어 주민들이 고민에 빠졌다. 울릉군청 제공.

국내 최다설지역 경북 울릉도에 눈이 오지 않아 비상이 걸렸다. 눈의 고장답지 않게 눈이 오지 않는 바람에 이른 봄 겨우내 내린 눈 녹은 물로 자라는 고로쇠와 명이나물 등 산채 생산량 감소가 우려되고, 산악스키도 불가능해 관광산업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해마다 겨울철 눈이 오지 않는 날을 손 꼽던 울릉도는 이번 겨울에는 반대로 눈 오는 날을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 1월 12일까지 울릉도에 눈이 온 날은 단 6일밖에 되지 않는다. 이 기간 신적설(하루에 새로 쌓인 눈)은 총 43.3㎝에 불과하다. 2014년 12월 20일간 102.6㎝의 신적설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이는 엘니뇨 현상으로 울릉도도 유례 없이 따뜻한 날씨가 계속 되기 때문이다. 울릉도는 해마다 12월∼3월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동해상으로 내려오는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바닷물이 부딪쳐 눈구름대가 자주 형성된다. 하지만 지난달 울릉도 평균기온은 5.4℃로 지난 2014년 12월 2.2℃에 비해 훨씬 따뜻해 눈구름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대구기상지청 울릉관측소 관계자는 “날씨가 따뜻해 차가운 공기의 영향을 덜 받아 눈이 많이 내리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1개월 예보를 봐도 작년보다 눈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눈이 적게 오자 울릉도의 겨울 풍경도 바뀌고 있다. 주민들의 제설 요청에 눈 치우기 바빴던 울릉군청 공무원들은 신고가 줄어 오히려 근심하고 있다. 경사도 40도의 오르막길에서 수십㎝의 눈도 거뜬히 제거하는 4륜 구동 다목적 제설차도 올해는 제구실을 못했다. 독일에서 대당 5억원 씩 총 5대를 수입해 겨울 내내 섬 여기저기를 누비느라 바쁜 몸이었지만 이번 겨울에는 단 2번 작업에 나섰다. 폭설에 대비해 3개월 분의 생필품을 집안 곳곳에 쌓아뒀던 울릉 주민들은 눈이 오지 않자 되려 당황한 모습이다.

울릉군청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겨울 내내 전 공무원이 제설작업을 벌였는데 올 겨울은 민원 전화를 기다리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울릉도 주민들은 눈이 오지 않아 봄철 고로쇠와 산채나물 생산이 줄어들까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와 지난해 메르스로 관광객이 급감, 지역 경제가 침체돼 있는 데다 중국 대형 어선의 남획으로 오징어 어획량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겨울철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개척한 산악스키코스도 올해는 누렇게 마른 풀과 잡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울릉군발전연구소 배상용 소장은 “눈이 많이 오지 않으면 봄철 식수나 농업용수도 부족할 수 있어 주민들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폭설로 고립될까 우려했는데 이제는 눈이 오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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