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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갈 길 먼 2020 유망 수출산업... 화장품이 그나마 기대주

입력
2016.01.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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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가공식품, 항공기, LED 등

미래먹거리 7개 업종 선정 불구

글로벌 경쟁력에 못 미치는 수준

中주력사업과 겹쳐 어려움 예상도

수출 받치던 철강, 섬유, 자동차 흔들

바톤터치할 새주자 집중육성 필요

“우리 산업의 더 큰 문제는 당장의 경기침체가 아니라 미래의 신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추진하는 사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이 약하거나 중국의 주력 사업과 겹쳐 어려움이 예상된다.”

최근 경제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우리 산업의 문제점이다. 올해 주요 기업 총수들이 내놓은 신년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핵심 단어가 바로 신성장동력이다. 기존 사업이 성장 한계에 다다른 만큼 새로운 사업으로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2020 유망 수출산업’으로 제약, 항공기, 가공식품, 화장품, 2차전지, 발광다이오드(LED), 스마트그리드 등 7개 산업을 선정했다. 이는 신흥시장의 경제성장, 전세계적인 인구 고령화, 에너지 효율 제고를 골자로 한 기후변화 문제 등 글로벌 메가트렌드(어떤 상황에도 일어날 가능성이 큰 시대의 흐름)를 감안해 선정한 것들이다. 이들은 현재 국내 기술기반이 어느 정도 갖춰진 산업 중 5~10년 안에 100억달러이상 수출 실적을 기대할 수 있는 품목들이다.

하지만 이들 산업을 대표하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해 성공 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기간도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의 경우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가 세계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 위주로 최근 연 10% 이상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나 세계 상위 20대 제약사에 국내 기업이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가공식품은 세계 시장 규모가 4조2,590억달러(2013년 기준)에 이르지만 살균 등 핵심기술에서 뒤떨어져 있고 세계 유통망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글로벌 기업들의 노하우를 뛰어넘는 기술력도 갖고 있지 못해 의욕만 갖고 섣불리 육성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다만 화장품은 이미 1990년대 확립한 화학기술을 토대로 2000년대 한류를 등에 업고 브랜드 인지도까지 높여온 분야라 단기간에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력 패션 일간지 ‘우먼스 웨어 데일리’가 선정한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에 아모레퍼시픽(17위ㆍ2013년 매출액 기준), LG생활건강(26위), 에이블씨엔씨(56위) 등 국내 기업이 세 곳이나 포함됐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수출이 유망한 산업을 좀더 면밀하게 검토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새 성장동력이 나올 때까지 기존 주력산업을 기반으로 한 융합산업을 육성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인철 산업연구원 산업경제연구실장은 “수출이 잘 되던 시기에 미래를 준비하지 않은 탓이 크다”며 “지금이라도 상황을 깨닫고 새로운 동력을 국가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기존 주력산업의 재편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 수출 전선을 받치던 화학, 철강, 자동차 등 13개 기둥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신성장동력 산업들이 향후 수출 전선을 받쳐줄 때까지 수출 전선은 무엇 하나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말 그대로 ‘오리무중’이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실적은 무려 7.9%나 뒷걸음쳤다. 지난해의 경우 1998년 외환위기(-2.8%), 2001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12.7%),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13.9%), 2012년 유럽 재정위기(-1.3%)에 이어 수출이 감소한 역대 다섯 번째 해였다. 감소폭으로만 따지면 역대 세 번째, 외환위기보다 두 배 이상 커졌다.

수출 실적의 감소폭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1분기 -3.0%를 기록한 수출실적은 2분기 -7.2%, 3분기 -9.5%, 4분기 -11.7%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출을 이끌었던 13개 주력산업들이 무기력했다.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액은 전년대비 36.6% 후퇴했고 석유화학(-21.4%), 가전(-16.8%), 철강제품(-15.0%), 섬유(-10.3%) 등이 줄줄이 두 자릿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산업부는 원인으로 세계경기 둔화, 유가 하락, 세계교역 축소 등 경기적 요인과 중국의 수입구조 변화 같은 구조적 요인을 꼽았다. 세계경제성장률이 2014년 3.4%에서 지난해 3.1%로 떨어졌고 원유가격이 거의 반 토막 났으며 세계 주요 70개국 교역량이 12% 이상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중국이 가공무역을 억제하고 자급률을 올리면서 중국에 수출하던 중간재 물량이 크게 줄었다.

이런 분석이라면 올해 수출 또한 나아지기 힘든 상황이다. 저성장, 저유가, 기술력을 키우는 중국의 체질 개선 등 우리 수출 전선을 위협한 주요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신성장동력의 발굴과 함께 기존 주력사업도 경쟁력 있는 소수 사업으로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가 선점효과를 가질 수 있고 상당기간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소수의 엘리트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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