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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버 얼럿’만들어 낸 앰버 해거먼 유괴 사건

입력
2016.01.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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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1월 13일

1996년 유괴범에게 피살된 앰버 해거먼. 그의 죽음으로 앰버 얼럿, 즉 유괴 실종 긴급방송 제도가 만들어졌다.
1996년 유괴범에게 피살된 앰버 해거먼. 그의 죽음으로 앰버 얼럿, 즉 유괴 실종 긴급방송 제도가 만들어졌다.

‘앰버 얼럿(AMBER Alert)’의 앰버 해거먼(Amber Hagerman, 1986~1996)이 96년 1월 13일 오후 유괴됐다. 텍사스 알링턴의 외할아버지 집 근처에서 혼자 자전거를 타고 놀던 중이었다. 어두운 색깔의 트럭을 타고 온 백인 혹은 히스패닉계 남자가 해거먼을 강제로 태워 달아나는 장면을 한 노인이 목격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과 FBI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마을 주민들도 수색에 동참했다.

정황상 면식범은 아니지만 지역 지리에는 밝은 자의 범행이었다. 목격담을 토대로 차량 등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 검색이 시작됐다. 나흘 뒤 해거먼은 피살된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소녀는 납치된 지 이틀 뒤 숨졌고 심한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고, 수사본부는 99년 해체됐다.

아동 유괴ㆍ피살 사건이 드문 일은 아니었지만 해거먼의 죽음을 도드라지게 한 건 사건 발생-경과-결말이 언론을 통해 속보 형식으로 보도된 덕이었다. 해거먼의 부모는 방송 등을 통해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보다 엄격한 법 적용을 요구하며 ‘성범죄자에 맞서는 사람들(People Against Sex Offenders)’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주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성범죄 근절ㆍ예방책 촉구 활동을 시작했다. 지역 교회가 사무실을 제공했고, 기업들은 컴퓨터 등 비품을 후원했고, 주민 자원봉사자들이 동참했다. 연방 의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전국의 성범죄자 등록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원 법사위는 그 해 6월 ‘앰버 해거먼 아동보호법’을 제정했다.

2012년 앰버 얼럿 사례. 도로 전광판으로 유괴 납치 용의차량을 알리기도 한다. 유튜브 화면
2012년 앰버 얼럿 사례. 도로 전광판으로 유괴 납치 용의차량을 알리기도 한다. 유튜브 화면

7월 한 미디어 심포지엄에서 ‘앰버 얼럿’, 즉 유괴ㆍ실종 사건 발생시 목격 정보 등을 TV와 라디오, 도시 전광판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즉각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덜래스 경찰 당국과 즉각적인 협조 시스템이 구축됐다. 연방의회가 그 시스템을 법으로 의무화한 것은 2003년 4월이었지만, 그 전부터 미국 여러 주들이 앰버 얼럿을 자율적으로 운용했다. ‘AMBER’는 해거먼의 이름이지만, 공식적으론 America’s Missing: Broadcast Emergency Response의 머릿글자 조어다. 이제는 캐나다와 유럽, 아시아의 다수 국가도 다양한 방식의 저 제도를 운용 중이고, 한국은 2007년 4월 유괴ㆍ실종 경보제도를 도입했다.

앰버 얼럿으로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있고 반론도 있다. 유괴됐다가 탈없이 아이가 돌아오는 경우는 친권을 박탈당한 부모 등에 의한 상대적으로 악의가 적은 범행일 경우가 대부분이며, 목숨을 구하는 데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네바다 대학의 범죄학자 티모시 그리핀(Timothy Griffin)은 사례 연구를 통해 그 사실을 밝히며 앰버 얼럿이 범죄 통제보다는 당국이‘범죄를 통제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전시(crime control theater)’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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