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11일 노사정 대타협 파탄 선언을 결행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정부가 노동계가 결사 반대하고 있는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완화 지침(양대 지침) 도입을 구체적으로 검토했기 때문이다. ‘9ㆍ15 노사정 대타협 합의문’에는 이 부분이‘근로계약 해지 등의 기준과 절차 명확화’라는 항목으로 명문화 돼있는데, 노동계의 요구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치 않고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조항을 넣었다. 정부와 경영계는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는 분쟁의 증가로 ‘공정한 해고기준’마련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다며 지침형태로라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고, 기업이 저성과를 이유로 자의적으로 인력을 퇴출시킬 수도 있어 노동계로서는 논의 자체가 부담스러운 의제였다.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가 전격 공개한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과 취업규칙 관련 전문가 논의자료’(정부 초안)는‘일반해고’의 요건으로 ▦단체협약ㆍ취업규칙 등에 해고사유 규정 ▦객관적ㆍ합리적 기준에 의한 공정한 평가 ▦교육훈련ㆍ배치전환 등 개선기회 부여 ▦업무능력 부족을 상당한 지장 초래 등 4가지를 제시했다. 평가방법으로는 계량평가와 주관적 평가를 병행하고, 상대평가보다는 절대평가 방식을, 평가위원회 등 복수의 평가자ㆍ절차를 두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절차를 명시했다. 저성과자 재교육이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비판을 감안해 교육훈련이 실질적인 업무능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는 점을 추가하기도 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기준 완화 지침의 경우 취업규칙의 변경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면 과반수 노조 대표나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도록 돼있는 현행 근로기준법의 예외를 인정하는 내용이다. 정부 초안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그 내용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근로자 동의가 없더라도 변경된 취업규칙이 효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판례에 따라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 상황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 ▦노조와의 충분한 협의노력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여부 ▦변경된 취업규칙의 정당성 등을 근거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정부 초안이 발표되자 일반해고 지침안의 경우 “안 그래도 일상화된 ‘저성과자의 해고절차’를 공식화했다”는 우려를, 반대로 정부와 경영계는 “자의적 해고를 줄일 수 있는 기준이 생겼다”고 상반된 시각을 보였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완화 지침안에 대해서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누가 어떻게 내릴지 정하는 것이 쉽지 않고, 지침으로 일반화할 만큼 판례가 축적되지 않았다”며 우려하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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