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모드로 찾아갔지만
마을엔 ‘아직 간 덜 봤냐’ 팻말
탈당 명분 삼은 친노와 실랑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권 여사에 “서운하실까 걱정…”
국민의당 창당에 나선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2일 ‘적진’이나 다름없는 친노의 성지,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을 찾았다. 전날 전남 순천에서 ‘강철수’란 환호를 받은 안 의원은 봉하마을에서는 ‘간철수’라는 야유를 받았다. 이에 안 의원 측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몸을 한껏 낮추며 친노세력 껴안기에 나섰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를 넘어 한상진 공동 창담준비위원장, 문병호 임내현 의원 등과 함께 봉하마을에 들어섰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당원 이모(53)씨가 ‘친노 패권주의라며, 아직도 간 덜 봤냐’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길을 막아 섰다. 안 의원 측 지지자가 “우리는 형제”라고 소리치자 이씨는 “야권을 분열해 놓고 무슨 형제”라고 맞서, 잠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친노 패권주의를 낡은 진보로 규정해 탈당 명분으로 삼아온 안 의원에 대한 친노 진영의 불편한 시선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소란이 정리되자 안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안치된 너럭바위에서 묵념을 마치고선 소회가 남다른 듯 한참 동안 시선을 옮기지 못했다. 이후에는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 부인 권양숙 여사와 30분간 환담을 가졌다. 앞선 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방문했을 때 난 화분을 들고 갔던 안 의원은 권 여사에게도 같은 선물을 했다.
비공개 환담 이후 한 위원장은 “권 여사가 차와 송편을 내주시며 따뜻하게 맞아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안 의원 측에서 “침묵하는 다수를 대변하는 새로운 정당이 있어야 더불어민주당과 같이 ‘동지’로서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는 판단에 국민의당을 준비하고 있다. 권 여사님께서 서운한 점이 있을까 몹시 걱정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권 여사는 미소 지으며 특별한 답을 하지 않은 채 “동지…좋은 말씀이죠”라고 대꾸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여사는 정치적인 이야기보다는 사저 풍경이나 노무현 기념관 건립 등을 화제에 주로 올렸다고 한다. 권 여사는 창당을 준비 중인 안 의원에게는 “이 지역(경남)에서는 어느 쪽이든 야당이 되면 어려운 지역”이라며 “힘드시겠다. 여러 가지 활동하려면 이런 일이 쉬운 일이 아닌데”라고 위로를 건넸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말했다.
안 의원이 봉하마을의 적진을 찾은 이유는 추후 야권 통합의 중심에 서기 위해선 결국 친노 지지층까지 껴안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간 친노에 각을 세우던 안 의원은 “특정세력을 비판한 적이 없다”며 선회한 상태다. 동행한 임내현 의원도 “일부 세력이 노 전 대통령 정신에 훼손되게 낡은 진보로 가고 있어 비판한 것이며, 노무현 정신은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거들었다.
광주와 전남 순천ㆍ여수, 경남 김해까지 광폭 행보를 이어간 안 의원은 21일 전남ㆍ광주를 시작으로 서울ㆍ인천(24일) 전북(26일) 부산(28일) 시ㆍ도당 창당대회를 연다. 내달 2일에는 대전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개최, 창당 작업에 마침표를 찍는다.
김해=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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