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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먹거리 이끌 핵심기술 개발"

입력
2016.01.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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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ETRI 원장은 “ICT라는 비타민 주사로 기존 기간산업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이야 말로 ETRI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ETRI 제공
이상훈 ETRI 원장은 “ICT라는 비타민 주사로 기존 기간산업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이야 말로 ETRI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ETRI 제공

“글로벌 역량 강화와 응용 가능한 핵심 기술 개발에 주력해 세계 ICT(정보통신기술)를 선도하겠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이상훈(61) 원장은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연구원 운영의 향후 방점을 이렇게 찍었다.

이 원장은 우선 유럽 최대 응용기술연구기관인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막스플랑크, 헬름홀츠, 라이프니츠와 함께 독일의 4대 정부 출연 연구기관 중 하나다. 산하 연구소가 66개에 달하고, 연구 인력만 2만2,000명에 육박한다. 프라운호퍼는 특히 각 지역 중소핵심도시를 거점화하고, ▦전자 ▦기계 ▦금속 ▦화공 ▦정밀화학 등 도시 주력사업과 매칭해 100여개에 달하는 중소기업을 세계적인 히든챔피언으로 육성했다.

그는 “프라운호퍼처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동반 성장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학술회의와 표준화 활동 등을 통한 글로벌 전문가 양성도 공을 들이고 있다. ETRI는 현재 중국 정보통신기술연구원(CAICT)과 협업하고 있으며, 프라운호퍼와도 매칭펀드를 조성해 공동연구를 계획 중이다.

그는 기술 외교를 통한 글로벌 역량 강화를 꾀하고 있다. 그는 “개도국이나 저개발 자원부국 등에 ETRI의 연구개발센터를 유치해 고경력 전문인력을 통한 기술 외교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ETRI가 그 동안 쌓은 기초ㆍ원천기술 분야 역량을 바탕으로 국가 먹거리에 응용이 가능한 핵심기술 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간 부분의 연구개발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이제 ETRI가 민간과도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앞으로 기술 개발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먹거리를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민간이나 대학에서 할 수 없는 대형 국책사업 위주로 한 원천기술연구에 집중할 생각이다. 기가코리아 사업 같은 대형 국책사업 발굴과 함께 조선, 자동차, 반도체, 철강, 디스플레이 등에 ICT를 접목하는 융합기술이 우선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ICT라는 비타민 주사로 기존 기간산업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이야 말로 ETRI가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ETRI의 이런 비전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낙관론은 경계했다. 세계적인 경쟁력은 갖췄지만 ICT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중국이 무섭게 추격해 오는 등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샤오미를 필두로 ICT 분야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팔로워(Follower)가 아니다. 대부분 따라왔다. 많은 인구만큼 좋은 인재도 넘쳐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네트워크나 서비스, 시스템, 반도체는 잘 하지만 플랫폼이나 소프트웨어 기술은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가상현실 분야의 대표기업으로 등극한 오큘러스를 예로 들면서 창의성에 기반한 적극적인 연구 개발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우리가 더 발전시켜야 할 기술은 창의성과 직결된다”며 “창의성을 바탕으로 그 동안의 기술추격형에서 탈피해 기술선도형 전략으로 글로벌 연구성과를 창출하는데 매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ICT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80년대 초반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뒤 90년대 초반까지 미국 벨 통신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미국에서의 좋은 제안을 뿌리치고 한국에 돌아와 KT 책임연구원으로 시작해 Global& Enterprise 부문 사장까지 올랐다. 2003년 연구개발본부장 시절 일주일 동안 집에도 가지 못하며 1.25 인터넷 대란과 1.30 인터넷 장애사고를 수습하기도 했다. 2011년부터 만 4년 간 국내에선 유일하게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의 펠로우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광대역 종합정보통신망(HAN/B-ISDN)을 개발하면서 ETRI 연구원들과 함께 밤을 새워 일했는데 그 때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원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외부 환경은 원장인 내가 앞장서 극복하겠다”며 “모두 하나가 돼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도전 정신을 갖고 우리 손으로 미래 40년을 위한 변화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최두선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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