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응징하기 위해 김정은을 북핵 및 북한 인권유린의 최종 책임자로 규정하는 문구가 담긴 강도 높은 ‘대북 제재법안’을 12일(현지시간)이나 늦어도 13일 통과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 상원도 계류 중인 대북 제재 강화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원은 민주ㆍ공화 양당 원내대표간 협의를 거쳐 12일 전체 회의에서 관련 법안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라고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이 11일 전했다. 12일 오후 9시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16년 국정연설’ 일정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도 있지만, 연기된다 하더라도 13일에는 처리가 예상된다.
하원 통과가 임박한 대북 제제법안은 에드 로이스(공화ㆍ캘리포니아) 외교위원장을 비롯해 공화당 17명, 민주당 12명 등 총 29명 의원이 초당파적으로 공동 발의한 법안이다. 지난해 2월 하원 외교위를 통과한 이후 1년 가까이 본회의에 계류되어 있었는데, 4차 핵실험으로 김정은 압박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빛을 보게 됐다.
대북 제재법안에는 이례적으로 김정은을 북한 문제의 책임자로 적시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미 하원이 수정 토론을 마치고 11일 공개한 법안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북한 인권사항에 대해 정기적으로 의회에 관련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반드시 김정은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을 포함시키도록 주문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비협조로 대북 압박이 먹혀 들지 않는 만큼 김정은을 구체적 제재 타깃으로 삼아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법안에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쓸 수 있는 달러 등 경화 획득이 어렵도록 자금줄을 차단하는데 초점을 맞춘 금융제재 방안도 이전보다 대폭 강화된 상태로 담겼다. 제재의 범위도 북한은 물론 북한과 불법으로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개인 등으로 확대하도록 했지만, 과거 대(對) 이란 제재처럼 포괄적이고 강제적인 ‘세컨더리 보이콧’과는 달리 재량권을 보장하는 수준이다. 북한을 미 달러화를 위조하고 국제적 테러의 주요 배후로 적시한 뒤, 사이버공간에서 미국의 국가안보를 침해하거나 북한 인권유린 행위에 가담한 개인과 단체들을 처벌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편 미 상원에는 지난해 7월 상원 외교위원장 출신의 로버트 메넨데스(민주ㆍ뉴저지)와 린지 그레이엄(공화ㆍ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이 초당적으로 발의한 대북 제재 강화법안(S. 1747)과 지난해 10월 공화당 대선 주자인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와 코리 가드너(공화ㆍ콜로라도) 상원 동아태 소위 위원장이 발의한 대북 제재 강화법안(S. 2144)이 각각 외교위에 계류돼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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