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노사정위원장 “대표들 만나 대화하면 오해 풀릴 것”
11일 한국노총이 ‘9ㆍ15 노사정 대타협’ 파탄 선언을 하며 충격을 받은 곳은 정부나 경영계 만은 아니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지난 해 1년 간 노사정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려 한 노사정위원회 역시 공황 상태에 빠졌다.
대타협의 막후 주역으로 12일 한국일보와 만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전날 한국노총의 ‘노사정 대타협 파탄’선언의 충격 때문인지 밤잠을 이루지 못해 수척한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양대 지침 논의를 개혁의 아이콘으로 내세웠고, 노동계는 ‘쉬운 해고’라고만 말하면서 절대 수용하지 못한다는 구도를 만들며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것부터가 잘못”이라며 “노동 개혁의 아주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지침 때문에 사회적 대화라는 국민적 자산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대타협이 파탄에 이르게 된 상황을 되짚으며 “정부가 (노동계를)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노사정이 양대 지침에 대해 논의하기로 합의해놓고,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정부에 의해 내용이 공개돼 버린 것이 노동계와의 신뢰를 깨뜨린 계기가 됐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노사정은 지난달 정부가 양대 지침 초안을 마련하고 이 초안에 대해 이번 달 7일 각 주체 별 간사가 모여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에서 협의를 시작하자고 합의했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지난달 15일 국제노동기구(ILO) 방문을 위해 출국하던 날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 통화로 ‘다음달 7일 논의가 시작된다’고 보고 드렸다”고 전했다.
상황이 틀어진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달 30일이었다. 정부 초안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토론회에 대해 노동계는 비공개를 요청했으나 그 내용이 토론회 전 일부 언론에 나오고 토론회도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노동계는 이를 정부의 ‘일방적 발표’로 보고 불신을 키우게 됐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분석이다. 여기에 당초 지침을 논의키로 했던 7일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이 “노동계 없이도 양대 지침을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실언을 해 갈등의 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정부의 조급증이 큰 원인이지만 노동계도 뚜껑도 열어보지 않은 채 지침을 무조건 반대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아쉬워했다.
한국노총이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19일까지 노사정위 탈퇴 선언을 유보한 상황이라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힐 수 있는 실낱 같은 희망은 남아있는 상황. 김 위원장은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 박병원 경영자총협회 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일단 만나야 한다. 대표들이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오해가 풀리고, 목숨 걸고 싸울 일이 아니라는 점을 납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양대 지침이 지고지순 한 가치가 아니니 서두르지 말고 여유를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동만 위원장에 대해서는 한국노총의 내부 사정을 감안해 “국민적 바람에 따라 대타협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리더십을 발휘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사정 대타협이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가장 큰 문제는 “당장의 노정관계 경색보다 대화 문화가 사라지는 사회적 손실”이라고 김 위원장은 힘주어 말했다. “사회적 대타협은 한 주체가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일각에서는 대화를 통한 협상이 힘만 들고 얻는 것은 없다며 회의감을 나타내지만, 우리 노동시장 현실을 봤을 때 노사 협력 없이 정부 일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며 “대타협이 파기되면 다음에는 타협을 하려는 시도조차 불가능해 진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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