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력 투입해 예산 실시간 감시
재난안전통신망ㆍ평창올림픽사업 등
공공영역ㆍ기관 적용 후 확대 실시
#1. 네트워크 구축과 운영에 1조7,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국민안전처의 재난안전통신망사업. 지난해 11월 사업이 시작됐지만 기획단에는 현재 4명만 파견돼 있다. 초기 추진이 잘못될 경우 수십 년 간 혈세를 낭비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독일의 재난망 사업은 당초 사업비를 2조원으로 예상했지만 최종 사업비는 5조원 이상 소요되기도 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12일 “자체적인 감사 검증 시스템이 미비해 입찰, 납품 비리나 유착관계가 발생할 소지가 있고,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비리를 사후에 적발해도 이미 초래된 예산 낭비나 비효율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2. 우체국 예금 보험 등 105조원의 자산을 확보한 우정사업본부의 자산 운용 인력은 40여명에 불과하다. 국조실 고위 관계자는 “사무관급 1명이 2조5,000억원을 운용하는데 관리 체계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상시 감사나 견제 구조가 취약할 수밖에 없다. 민간 금융기관의 경우 자산운용부서의 자의적 운용을 막기 위해 위험관리부서를 독립적으로 설치해 운용하고 대등한 위상을 보장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정부가 이날 공개한 ‘부패방지 4대 백신프로젝트’는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됐거나 쓰일 수밖에 없는 16개 공공 영역 및 기관의 부패ㆍ비리 사전 감시ㆍ차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난안전통신망, 평창 동계올림픽 사업 등 국가 예산이 투입되지만 관리는 상대적으로 허술하고, 사업 종료 후 책임을 묻기 어려운 분야가 1차 관리 대상이다. 또 과거 비리가 있었거나 국고보조금 등 수십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분야도 2중, 3중 관리ㆍ감시체계를 구축해 처음부터 부패나 낭비 소지를 없애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예산투입 대형 사업과 비리 공기관이 타깃
과거 대책과 가장 큰 차이는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에 미리 검찰 감사원 국조실 등의 전문 인력을 투입해 실시간 예산 집행을 감시하겠다는 점이다. 재난안전통신만 사업에 대해선 부처 합동검증팀, 국조실 국책사업관리팀의 검증을 복수로 거치도록 하고, 5조3,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평창 동계올림픽사업도 2중 검증, 상시 모니터링으로 예산 낭비를 막겠다는 것이다.
사전 리스크 관리를 위해 특정 기관을 거론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정부는 우정사업본부에 대해선 자금운용과 관련된 내부 위험관리지침 20개 개정, 준법감시부서 신설, 미래부 금융위원회를 통한 실효성 있는 외부 감독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국조실 관계자는 “우정본부는 국가가 예금을 전액 보장해야 하는 만큼 자산 부실화는 곧 국가재정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미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모뉴엘 사기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한국무역보험공사의 경우 보증심사 절차 강화, 사후 및 자체 관리체계 개선을 주문했고, 입찰비리가 발생한 철도시설공단도 집중 관리 대상에 포함시켰다. 오균 국조실 1차장은 “우선 240조원 규모의 공공 시스템에 부패방지 4대 백신프로젝트를 적용하고 앞으로 모든 공공 부문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효과적 부패 차단책 평가… 현실화까진 시간 필요
이번 정부 발표는 이완구 전 총리 때처럼 공직부패 척결이 사정정국 조성용으로 해석되던 것에 비해 실질적인 부패 차단책 마련에 초점을 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국고보조금(58조4,000억원) 국가 연구개발(R&D) 사업(18조9,000억원)의 예산누수를 막기 위한 통합 연계시스템 구축은 2017년이 목표여서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렵다. 부정수급 적발률이 0.32%(148억원)에 그친 실업급여도 미국(8.3%) 독일(4.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등 사전 방지, 사후 적발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특정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비리 온상으로 낙인 되면서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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