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당선자가 대의원들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건 분명한 이변이다" 12일 오후 김병원 후보의 농협중앙회장 당선을 확인한 관계자들은 모두가 입을 모았다. 결과 발표 직전까지도 많은 이들이 다른 후보의 당선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식 발표 직전, 김 후보가 당선됐다는 소문이 장내에 퍼졌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라고 생각했다. 김 후보의 당선은 대부분이 예상 못한 일이었다.
▲ 12일 오전 농협중앙회 건물 로비에는 후보자들과 후보자를 지지하는 많은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좌측부터 김병원, 최덕규, 박준식, 이성희 후보. 연합뉴스 제공
■ 당선 가능성 적어 '위장 출마'소문도
김 후보는 3수생이다. 2007년과 2011년에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해 최원병 회장에게 연거푸 패배했다. 2007년에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했지만 결선에서 떨어졌고, 최 회장의 재선이 결정됐던 2011년에는 양자 대결에서 밀렸다.
그래서 김 후보가 당선된다는 것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소위 말하는 '식상한' 얼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선거 운동에서 두각을 나타낸 1번 이성희 후보의 우위나 영남권 결집을 통한 2번 최덕규 후보의 선전을 점쳤다.
당선 가능성이 워낙 적은 탓에 김 후보는 최근에 심지어 '위장 출마' 의혹에도 휘말렸다. 김 후보의 출마 이유가 당선이 아닌, 주요직을 차지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 소문은 김 후보가 2011년, 최 회장에 대한 당선 무효 소송을 취하한 직후 잇따라 좋은 자리에 올랐던 사실과 함께 농협조합원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나갔다.
당시 김 후보는 최 회장이 '상근 임직원을 그만둔 지 90일이 지나야 회장이 될 수 있다'는 농협중앙회 정관을 어겼다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결국 김 후보는 이번 선거에 승리하면서 큰 노력 없이 낭설을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당선자가 지지자들과 손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발표 직전까지도 예측 못해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는 1988년 민선 직선제로, 2009년에는 현행인 간선제로 바뀌었다. 먼저 1차 투표를 진행해 과반 후보를 회장으로 뽑지만, 과반이 넘은 후보가 없으면 다득표자 두 명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시행한다.
오전 10시30분 경 위원회가 개회한 후, 10시 40분부터는 6명의 후보자가 후보자 연설을 펼쳤다. 대부분의 후보가 '농협중앙회장 선거 직선제 복구'와 개혁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가운데, 각자가 추구하는 농협의 가치에 대해 설명하며 대의원들을 설득했다.
오전 11시 40분경부터 시작된 1차 투표에서도 김 후보의 선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다른 후보들의 연설의 흡입력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1번 이성희 후보는 강한 어조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후보는 이순신 장군의 '생즉사사즉생', '임전무퇴' 등의 명언을 인용하며 농협의 개혁에 대한 굳은 의지를 내보였으며, 여러 흑색선전이 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앞서 이 후보는 농협중앙회 감사로서 비리를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과 자격 문제, 건강 문제 등 구설에 휘말려왔다.
반면 김 후보는 공약에서 농민교육, 경제지주제 폐지 등 다양한 공약을 설명했지만 사람들의 집중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좌중의 집중은 크게 흐트러져있었고 연설이 끝나고 나서 박수소리도 이 후보에 비해 한없이 작았다.
결국 1차 투표에서 이 후보는 104표로 1위를 차지했다. 과반을 넘지 않아 결선 투표를 해야했지만 이미 장내 분위기는 이 후보에 몰려있었다.
김후보도 91표, 2위로 결선투표에 오르게 됐지만 김후보의 당선을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선전이 기대됐던 최덕규 후보(74표)를 넘어선 것만으로 큰 의미였다.
▲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당선자가 최원병 회장에게 당선증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이변이 일어나다
결선 투표가 끝나고 결과가 발표된 오후 1시50분 경,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뜻밖의 결과에 환호를 지르며 서로를 얼싸안는 사람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극명히 대비됐다.
김 후보가 5대 농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된 것이다. 득표도 163표로, 이성희 후보(126표)와의 차이도 상당히 컸다.
김 당선자는 당선 직후 크게 웃으며 기쁨을 표현했다. 8년에 걸친 도전에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김 당선자는 최 회장에 당선증을 받는 순간에도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최 회장에게 당선증을 받는 순간도 의미가 깊었다. 두 번에 걸쳐 뺏긴 자리를 직접 돌려 받는 셈이였기 때문이다. 이 순간 김 후보의 표정에는 묘한 미소가 번져있었다.
▲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당선자가 최원병 회장에게 당선증을 받은 후 손을 맞잡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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