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워싱턴에서 한ㆍ미ㆍ일 학자들이 공개적으로 격돌했다. ‘제국의 위안부’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는 일본측에 동조적인 논리를 편 반면,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는 ‘일본이 국가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한국측 입장을 옹호했다.
이날 오전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한일관계와 동아시아 역사적 화해를 위한 미국의 역할’ 세미나에서 박 교수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동안 배제됐거나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제연행과 위안부의 역할에 대한 다른 증언이나 주장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또 “국가가 나쁜 정책을 만들 수 있지만, 협력자가 없으면 실행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제국주의 일본의 강제 동원도 문제지만, 당시 일부 조선인이 협력자로서 위안부 동원에 관여한 것도 지적돼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지난해부터 일본 정부의 역사수정주의적 행태를 규탄하는 세계 역사학자들의 집단성명을 주도해온 더든 교수는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의 정책적 조율을 거쳐 정부 관리 또는 사실상 관리의 권한을 갖춘 자들에 의해 자행된 국가후원 시스템”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일회적이거나 산발적으로 일어난 범죄가 아니라 민간인들을 상대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라며 “일본 정부로부터 위안소를 세우고, 여성들을 국경을 넘어 조달하며 군함 또는 트럭으로 운송하라는 명령이 있었으며 가격체계와 의료절차에 대한 지침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더든 교수는 또 “지난해 말 이뤄진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 간 합의는 일본 정부의 공식적 사과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위안부 피해자들을 협상과정에서 배제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문제에 대해서는 “전세계적에서 유일하게 일본만 과거 전쟁범죄를 증언하는 기념물을 제거하려 한다”며 “소녀상 철거는 한국이나 일본 정부가 관여할 권한이 없으며 오로지 희생자들만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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