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노사정 파탄 수습에
기재부 등 경제부처 장악도 난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박근혜 정부 제3기 경제팀 수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무난하게 통과했지만, 유 신임 부총리 앞에는 전임자가 풀지 못하고 남겨 둔 숙제와 대외변수에 따른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난국을 헤쳐갈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큰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 경제 앞에 놓인 큰 장애물은 대부분 국제경제발 대외변수들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본유출 가능성, 중국 등 신흥국 경기둔화에 따른 경기 침체,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출 감소 등은 한국 경제가 어떻게 손 써 보기 어려운 거대한 조건이다.
한국 역시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로 언제든지 ‘자본의 썰물’ 상황을 맞을 수 있고,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 탓에 수출이 줄고 이로 인해 성장률 저하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수소탄 실험을 강행한 북한 리스크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돈 푸는 경기부양에만 집착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최경환 경제팀이 내수 부양을 위주로 정책을 가져갔지만, 지금은 대외 상황 때문에 내수만으로는 어렵고 대외 여건 변화에 잘 대응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나라 안에도 신임 부총리의 손을 거쳐가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잠재성장률이 3%대 초반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생산성을 높이는데 필요한 구조개혁이 절실하지만, 여야관계 경색 때문에 관련 법안이 국회에 장기간 묶여 있다. 특히 2기 경제팀이 최대 업적 중 하나로 꼽았던 노사정 합의마저 파탄 상황에 내몰려 있어, 이를 수습해야 하는 일도 신임 부총리의 몫이 됐다. 더구나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선 가계부채 등 경고등도 곳곳에 켜진 상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전임자들에 비해 거시 상황이 좋지 않아 걱정스럽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기재부 출신이 아닌 부총리로서 기재부를 비롯한 경제부처를 장악하는 것도 숙제다. 최경환 부총리는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조직을 완벽하게 휘어잡은 반면, 상대적으로 정권 내 지분이 적은 그가 전임자만큼 경제부처 장관들을 효과적으로 이끌면서 자존심 강한 기재부 직원들을 통제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유 신임 부총리가 그간 보여 준 밋밋한 화법 탓에 뚜렷한 색깔 없이 전임자 정책을 반복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추진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준호 인천대 교수는 “소득불평등 문제가 심각하지만 이 부분에서 새 경제팀이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사실상 없을 것”이라며 “수출 대책 역시 기존 정책을 답습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기대 수준을 낮췄다. 다만 양 교수는 “국토부 장관 시절 부양책을 쓴 적이 있어,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한 번 지켜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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