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백신 ‘유비콜’ 개발을 주도한 국제백신연구소 제롬 김 사무총장
“최빈국들의 콜레라 예방에 한국 백신기술이 크게 기여하게 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 기술을 보유한 한국이 세계 공중보건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제롬 김(57ㆍ한국명 김한식)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한국 베트남 스웨덴 인도 미국 등과 함께 개발한 먹는 콜레라 백신 ‘유비콜’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을 받은 직후 한국일보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12일 IVI에 따르면 유비콜은 지난달 23일 WHO 사전적격성평가를 통과했다. 이는 의약품이 국제기구를 통해 공급되기 전 효능과 안전성, 품질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김 총장은 “세계 보건 증진을 위해 한국에서 생산되는 첫 콜레라 백신”이라고 유비콜을 소개했다. 심한 설사를 동반하는 감염병인 콜레라는 보건위생이 열악한 지역에서 매년 300만명이 감염되고, 약 10만명이 사망한다. 스웨덴 제약사 크루셀이 개발한 백신 ‘듀코랄’이 있지만, 너무 비싼 데다 완충제를 함께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개발도상국에 제때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다.
이와 달리 유비콜은 별도 완충제 없이 복용할 수 있고, 저소득 국가에서 주로 유행하는 콜레라균 유형을 예방하도록 개발됐다. 김 총장은 “지금은 유리 용기를 쓰지만, 2017년부터는 운반과 보관이 더 쉬운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1도스(한 번 복용하는 양)당 1달러 이하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국내 제약사가 개발ㆍ생산해 WHO 사전적격성평가를 통과한 백신은 15개다. 유비콜 개발 과정은 이들과 달리 “공공과 민간이 함께 공중보건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차별화한 협력 모델”이라고 김 총장은 평가했다.
개발을 주도한 IVI는 유비콜 제조 기술을 5년 전 국내 생명공학기업 유바이오로직스에 이전해 제품화에 성공했다. 개발비는 약 100억원. 미국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이 출연한 글로벌헬스투자펀드, 서울 글로벌바이오메디칼 신성장동력투자펀드, 녹십자 등의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유엔 산하 국제구호기구인 유니세프(UNICEF)의 주문을 받은 유바이오로직스는 녹십자와 함께 우선 600만도스 생산을 시작했다.
유비콜 제조 기술은 앞서 인도 제약사에 이전돼 ‘샨콜’이라는 이름으로 2011년 WHO의 승인을 얻어 지금까지 개도국에 약 400만도스가 공급됐다. 백신 같은 생물의약품은 제조사나 제조국이 바뀌면 다른 제품으로 간주된다. 김 총장은 “유비콜 사용을 더욱 촉진하기 위해 여러 국가, 기관들과 적극 공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IVI는 빌게이츠재단에서 약 54억원을 별도 지원받아 SK케미칼과 함께 장티푸스 백신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이 역시 유비콜과 같은 절차를 거쳐 개도국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개도국을 위해 백신을 개발ㆍ보급하는 세계 유일의 국제기구인 IVI는 서울대연구공원에 본부를 두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 총장은 2014년 국제 백신산업 단체 ‘백신 네이션’이 선정한 ‘백신 분야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꼽혔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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