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의 한 지역에 사는 납세자들은 최근 세무서로부터 세금을 최대한 늦게 내달라는 이례적인 요청을 받았다. 세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둬 봐야 오히려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낳은 진풍경이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위스 취리히 외곽에 있는 추크(Zug)주(州)는 조기 납세자에 대한 세금 할인 혜택을 폐지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납세자들이 세금을 일찍 내도록 장려하는 혜택을 없앤다는 것이다. 세금 연체 이자도 제로(0)로 낮춰, 아무리 늦게 내도 벌칙 금리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납세자들에게 세금을 가급적 늦게 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추크주 세금당국이 이런 조치를 취하고 나선 건 마이너스(-) 금리 때문이다. 스위스의 기준금리는 현재 마이너스(-) 0.75%.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현금을 은행에 예치하면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은행에 내야 한다는 의미다. 스위스 시중은행들도 곧 일반 고객 계좌에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거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추크주는 이날 성명에서 “현재로서는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앞으로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손실을 볼 수는 상황을 우려해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른 여러 지방정부도 추크주의 이런 조치를 뒤따라갈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루체른(Lucerne)주는 지난해 세금 조기 납부 할인율을 낮춘 데 이어 할인율 추가 인하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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