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류수항 4단
흑 홍성지 9단
<장면 7> 홍성지가 1로 호구 쳤을 때 백이 원래는 좌변을 지켜야 하지만 그래서는 중앙 흑집이 너무 커져서 어차피 이길 수 없다. 류수항이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일단 2로 반발했지만 역시 무리였다. 당장 3으로 좌변을 돌파 당하는 순간 사실상 이 바둑의 승부가 결정됐다.
이후의 수순은 이미 승부와 거의 무관하다. 홍성지가 우변에서 좌하귀를 거쳐 다시 좌상귀까지 마치 정해진 길을 걸어가듯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차근차근 선수로 반면을 정리해 나갔다. (33 … ▲)
실전보를 거쳐 <참고도>로 이어지는 홍성지의 마무리 솜씨는 정말 완벽했다. 상대에게 전혀 반발할 찬스를 허용치 않고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으로 바둑을 끝냈다. 사실 <참고도>에서 18까지 진행된 다음 흑이 A에 치중해서 백 대마를 다 잡자고 할 수도 있지만 홍성지가 점잖게 19로 참은 건 “이제 그만 돌을 거두라.”는 뜻이다.
류수항이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조금 더 버텨봤지만 반면 10집 정도의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자 마침내 돌을 거뒀다. 213수 끝, 흑 불계승. 해군 상병 홍성지가 막차로 본선에 합류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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