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차 핵실험을 앞두고 핵무기 개발을 전담하는 노동당 군수공업부장을 김춘섭에서 리만건으로 전격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 리만건은 그간 북한의 핵 미사일 등 군수사업 책임자로 비중 있게 거론됐던 인물이 아닌 만큼 급부상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1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수소폭탄 실험’에 관여한 인물들을 불러 기념촬영을 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의 수행 인물로 리만건, 리병철, 박도춘을 차례로 언급했다. 당초 군수공업부장으로 알려졌던 김춘섭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전문가들과 당국은 리만건이 이들 3명 중 가장 먼저 거명됐다는 점에서 군수공업부 부장 자리에 임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리병철은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직으로 알려졌고, 박도춘은 지난해 당 군수담당 비서에서 물러난 것으로 관측된 인물이다.
군수공업부 부장의 교체는 북한이 주장하는 ‘수소탄’ 첫 시험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단행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리을설 인민군 원수 국가장의위원회 명단 발표 당시만 해도 김춘섭은 국방위원회위원 직책으로 군수공업부장 위치에서 이름이 호명됐다. 하지만, 지난 연말 김양건 노동당 비서 장의위원회 명단에는 김춘섭이 빠지고 그 자리에 리만건의 이름이 들어갔다. 김춘섭은 지난해 4월 국방위원에 오른 뒤 5월 김 위원장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 시험발사 성공 후 기념촬영을 할 당시 동행하며 건재를 과시했었다.
통일부가 매년 발간하는 북한 주요인사 인물정보에 따르면, 리만건은 1945년 생으로 지난해 말까지 평안북도 당위원회 책임비서를 역임하며 2013년 2월 제3차 지하 핵시험 성공 축하 평안북도군민연환대회에 참석했다는 활동 기록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평안북도의 경우 군수사업시설이 밀집해 있는 만큼 나름 관련 활동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군수사업은 제재를 받는 곳이라 담당자들이 베일에 쌓여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군수공업부는 핵과 미사일 무기 등 국방과학기술을 개발하고 군수공업 정책을 총괄하는 곳으로, 군이 아닌 당에 소속돼 있다. 2010년까지 군수공업부로 불리다가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기계공업부로 이름을 바꿨지만 김 위원장이 서명한 수소탄 실험 명령서에 군수공업부란 명칭이 등장해 기구 부활이 확인됐다.
일각에선 이번 핵실험을 주도한 인물로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수소탄을 언급할 당시 곁에서 이를 받아 적었던 홍영칠 부부장과 3차 핵실험 직후 등장한 홍승무 부부장을 지목했으나 이들 역시 리만건의 지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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