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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여의도에서 ‘제2의 김현수’를 만나고 싶다

입력
2016.01.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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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유난히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의 미 메이저리그 진출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넥센 히어로즈에서 뛰던 박병호 선수가 미네소타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고, 두산 베어스의 김현수 선수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했다. 눈에 띄는 것은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두고 ‘한국 야구의 기둥들이 떠난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던 것과 달리 요즘은 이들에게 기꺼이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는 점이다.

김현수 선수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 계약을 한 뒤 볼티모어의 홈구장인 오리올파크에서 '프리미어 12' 대회에서 자신의 활약상이 담긴 동영상이 전광판에서 나오자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수 선수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 계약을 한 뒤 볼티모어의 홈구장인 오리올파크에서 '프리미어 12' 대회에서 자신의 활약상이 담긴 동영상이 전광판에서 나오자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왜 일까. 이들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수년 동안 뛴 선수들이며, 팬들은 그들이 어떤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며 지금의 위치에 올랐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신고선수(육성선수) 출신 첫 메이저리거’인 김현수 선수의 성공 스토리는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는 2006년 고교 졸업 후 프로야구팀 어디서도 스카우트 제의를 받지 못했다. 그의 고교팀 감독과 지인들이 몇몇 프로팀에 ‘쓸 만한 선수니 데려가 보라’며 요청했지만 거절만 당하다 어렵사리 두산에 들어갔다. 웬만한 신인은 다 한다는 변변한 입단식도 없이 그는 퓨처스 리그(2군 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실력을 키웠고 2007년 1군 무대에 본격적으로 선을 보였다. 그리고 바로 이듬해 타격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타자 자리를 꾸준히 지켰고, 결국 생애 첫 입단식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갖는 영광을 누렸다.

김현수 선수의 성공 뒤에는 구단의 노력도 돋보였다. 이름 값보다는 재능을 알아보고 성실함과 실력을 기준으로 선수들에게 경기에 뛸 기회를 줬고, 야구계에서는 끊임없이 기가 막히게 알짜 선수를 키워내는 두산 베어스에게 ‘화수분 야구’라는 색다른 이름까지 지워줬다. 특히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 낸 두산 베어스의 주전 선수 대부분은 김현수 선수처럼 퓨처스 리그에서 실력을 쌓은 뒤 1군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기회를 잡은 경우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4월 13일)를 석 달 남짓 남겨두고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인재 영입 경쟁이 한창이다. 국회의원은 다양한 계층, 연령, 직업을 대표해 현안을 다루고 관련 법을 만들어야 하기에 능력 있는 인물을 발굴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아쉬운 부분은 모두 당 밖으로만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당 안에도 실력을 갖춘 보좌관, 당직자, 그리고 시ㆍ군ㆍ구 의원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프로야구의 신고선수처럼 20대 후반~30대 초반부터 정치권의 맨 아래서부터 일을 배우고 경험을 쌓았다. 비록 이들은 스펙은 모자랄 지 모르지만 웬만한 초, 재선 의원들보다도 국회를 더 잘 알고 법을 만드는 과정, 여야 협상 과정 등에 대한 노하우를 갖췄다. 누구보다 당의 역사와 정체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특별한 추가검증이 필요 없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여야 모두 ‘고생한’ 당직자 몫의 비례대표 의원 자리 1,2개를 주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는 식이다. 지난해 야권에 합류한 한 외부 전문가는 “당내 보좌진, 당직자 중에도 숨은 실력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새삼 놀랐다. 그들이야말로 잘 키워서 자랑스럽게 내놓아야 할 당의 자산”이라고 했다.

많은 프로야구 팀들이 거액을 주고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해 단숨에 팀 성적을 올리려다 도리어 쓴 맛을 봤다. 사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위기도 중장기적 체질 개선 보다는 단기적인 전력 보강을 위해 스펙 위주의 외부 인사 영입을 남발한 결과다. 당 밖의 새 인물을 찾는 데 들이는 정성의 절반만으로도 당 안의 좋은 인재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각 당에는 ‘여의도 판 김현수’를 꿈꾸는 숨은 진주들이 출전 기회를 기다리며 피와 땀을 흘리고 있다. 그들에게 기회를 준다면 세대교체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고, 당 운영의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또 다른 성공신화를 꿈꾸는 많은 인재들이 당의 문을 노크할 것이다. 그것이 결국 ‘화수분 정치’의 시작이다.

정치부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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