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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기열, 온난화 타고 토착 전염병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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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기열, 온난화 타고 토착 전염병 되나

입력
2016.01.1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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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감염 시, 첫 감염 바이러스와 다르면 치사율↑

뎅기열 바이러스 매개체인 흰줄숲모기. 한국일보 자료사진
뎅기열 바이러스 매개체인 흰줄숲모기. 한국일보 자료사진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유행하는 뎅기열이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향후 40~50년 내 우리나라에서 매년 발생하는 ‘토종 전염병’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뎅기열은 열대ㆍ아열대 지역에서 서식하는 뎅기 바이러스를 지닌 모기에 물려 감염된다. 주요 발병지역은 동남아시아, 인도,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다. 문제는 최근 슈퍼 엘니뇨로 인한 고온 현상의 여파로 동남아에서 감염환자가 증가세를 보이는 등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377명, 태국에서 7,000명이 감염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뎅기열 집단 감염사례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2월 23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봉사활동을 한 계명대 자원봉사단 35명 중 8명이 뎅기열에 감염됐다고 7일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정부가 뎅기열 발생 여부를 감시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집단 감염 사례”라고 설명했다.

국내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우리나라가 더 이상 ‘뎅기열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뎅기열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한반도를 위협할 수 있는 다음 주자로 손꼽는다. 뎅기열 매개 모기인 흰줄숲모기가 지난해 여름 제주도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여행인구 증가와 더불어 우리나라 기온이 매년 0.6도씩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동남아시아는 물론 일본, 중국, 대만 등 우리나라와 왕래가 잦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도 뎅기열 감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7,8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뎅기열 감염환자는 연간 2명 정도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된 뎅기열 환자가 260명에 달했다”며 “온난화 여파로 40년 뒤부턴 겨울을 제외한 봄, 여름, 가을에 뎅기열 환자가 상시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뎅기열은 반복 감염시 치명적이다. 최초 감염 시에는 조기에 치료할 경우 치사율이 1%에 불과하지만, 재차 감염 땐 면역체계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출혈성 쇼크(뎅기 출혈열)가 발생, 치사율이 20%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현재 뎅기열도 메르스처럼 치료제나 백신이 없기 때문에 뎅기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뎅기 바이러스 매개체인 흰줄숲모기는 밤보다 낮에 활동력이 강하고, 동남아시아 지역 대도시에서도 쉽게 발견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염준섭 강북삼성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뎅기 바이러스는 1~4군이 존재하는데 1군에 감염돼 치료를 통해 완치가 돼도 2,3,4군 중 하나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높은 뎅기 출혈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염 교수는 “올해 뎅기열 백신이 출시됐지만 이는 동남아 등 뎅기열 창궐 지역의 소아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 국내에 보급될 확률은 낮다”며 “해외여행을 다녀 온 뒤 고열과 근육통, 출혈성 반점 등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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