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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장, 강영원 무죄 “단호히 항소해 판결 부당성 다툴 것” 정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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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장, 강영원 무죄 “단호히 항소해 판결 부당성 다툴 것” 정면 비판

입력
2016.01.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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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배임죄로 구속기소됐던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의 무죄 판결에 "단호하게 항소해 판결의 부당성을 다투겠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청의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검사장이 하급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두고 공식석상에서 직접 항소 방침을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연합뉴스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배임죄로 구속기소됐던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의 무죄 판결에 "단호하게 항소해 판결의 부당성을 다투겠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청의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검사장이 하급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두고 공식석상에서 직접 항소 방침을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연합뉴스

이영렬(58) 서울중앙지검장이 해외 자원개발 비리 사건으로 구속기소됐던 강영원(64)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에 대한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11일 공개석상에서 “단호하게 항소해 판결의 부당성을 다투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일선 검찰청의 검사장이, 그것도 검찰의 ‘넘버 2’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이 직접 나서 법원 판결을 정면 비판하고, 항소 방침까지 밝힌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검찰 안팎에선 “최근 잇따르고 있는 법원의 배임 무죄 판단 경향에 제동을 걸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거나 “박근혜 대통령의 ‘혈세 낭비 비리 엄단’ 발언에 코드를 맞추는 행보”라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공식 브리핑을 갖고 지난 8일 강 전 사장 무죄 판결과 관련해 “공중으로 날아간 천문학적 규모의 세금은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항소 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른 그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취임식 이후 처음이다.

이 지검장은 먼저 검찰 수사와 기소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석유공사에는 나랏돈 13조원이 맡겨져 있다”는 말로 운을 뗀 그는 “그러나 현재로선 이 돈이 제대로 관리되는지 감시하고 통제할 법적ㆍ제도적 장치가 미비해 사전 감독과 사후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 전 사장은 석유개발회사 하베스트의 정유공장 인수 당시 나랏돈 5,500억원의 손실을 입혔고 결국 1조 3,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손실이 났다”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았다”고 했다.

이후 이 지검장은 법원 판결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손실 발생 사실이 인정됐는데 (검찰의) 무리한 기소이고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하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기존 경영판단 관련 판례와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강 전 사장이 ▦부실한 경영평가 만회라는 사적 동기로 적자 상태의 정유공장을 무리하게 인수했고 ▦자체평가와 검증 절차도 없이 3일 만에 계약을 체결하고 이사회에 허위보고까지 했으며 ▦손해발생을 충분히 인식하고서도 정유공장을 졸속 인수해 천문학적 손실을 초래한 점 등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도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기업과 검찰이 배임죄 적용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재판부가 엄격한 잣대를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서도 이 지검장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부실수사 비판이 많았던 MB자원비리 수사 가운데에서도 배임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사건으로 여겨졌기에 더욱 그럴 만했다. “나랏돈을 아무렇게나 쓰고 사후에는 ‘경영판단’이었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면 회사 경영을 제멋대로 해도 된다는 말이냐”, “아무런 실사 없이 묻지마 계약을 해 1조원 이상의 손해를 입혔는데, 이 이상으로 무엇이 더 있어야 배임이 되나” 등 이 지검장의 표현은 강도가 높았다. 그는 특히 “이 판결처럼 경영판단을 지나치게 폭넓게 해석하기 시작하면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게 되며 그나마 유일하게 존재하는 ‘검찰수사를 통한 사후통제’를 질식시키는 결과가 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 지검장이 이례적으로 항소계획 브리핑을 가진 데 대해 검찰 관계자는 “공보 담당자인 3차장 검사가 아직 부임하지 않아 내부 논의를 거쳐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1조원대 자원개발 비리라는 상징성이 있는 중요 사건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돼 검찰 내부에선 심각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공개 석상에 좀처럼 나서지 않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임 후 첫 번째 공식적인 행보로 하필이면 전 정권 시절 벌어진 자원개발 비리 사건 무죄에 대한 항소 브리핑을 택했다는 점을 예사롭게 볼 수만은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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