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록키’와 ‘람보’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70)이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3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영화 ‘크리드’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1970년 데뷔한 스탤론이 골든글로브상 연기상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록키’(1976)의 감독과 주연을 맡으며 스타로 부상한 스탤론은 오랫동안 연기 논란에 시달려왔다. 그는 주로 액션영화에 출연하며 무뚝뚝한 표정으로 짧은 대사를 내뱉는 배역을 소화해 왔다. ‘록키’와 ‘람보’시리즈로 1980년대 전성기를 누렸으나 정작 주요 영화상 시상식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골든글로브상의 경우만 해도 1977년 ‘록키’로 남우주연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뒤 올해 39년 만에 남우조연상 후보가 됐다.
그는 한 해 최악의 영화나 최악의 배우를 꼽는 골든라즈베리상의 단골 후보였다. 골든라즈베리상이 2010년 출범 30주년을 기념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스탤론은 최악의 배우상 후보에 가장 많이 오른 남자배우였다. ‘람보’와 ‘코브라’ ‘불릿 투 더 헤드’ 등으로 32번 후보에 올라 8차례나 수상했다. 그의 연기는 존경의 대상이 아닌 놀림감이었다.
이날 스탤론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수상 뒤에는 주먹을 불끈 쥐며 “1977년 이후 골든글로브 시상식 참여는 처음인데 이렇게 상을 줘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청중의 기립박수에 놀랐는지 스탤론은 ‘크리드’의 동료 배우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크리드’는 ‘록키’시리즈에서 뻗어 나온 영화로 록키가 자신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아폴론의 아들을 지도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40년 전 록키로 흥한 스탤론이 칠순에 다시 록키 덕을 톡톡히 보게 된 셈이다.
시상식에선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수상 성과가 돋보였다. 감독상(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과 드라마 부문 작품상, 남우주연상(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을 가져갔다.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은 브리 라슨(‘붐’)이 수상했다. 뮤지컬 코미디부문에선 ‘마션’이 작품상을, 맷 데이먼(‘마션’)과 제니퍼 로렌스(‘조이’)가 남녀주연상을 각각 받았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부른 영화 ‘유스’의 노래 ‘심플송#3’은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으나 ‘007 스펙터’에 밀려 수상하지 못했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매년 주최하는 골든글로브상은 2월 열리는 아카데미영화상 못지 않은 권위를 지닌 영화상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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