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만해도 고공행진을 하던 막걸리의 인기가 시들해진 모양새다. 소비가 눈에 띄게 줄었고 수출 물량도 뚝 떨어졌다. 내수시장에서는 저도 소주와 수입 맥주에 설 자리를 잃었다. 일본에 편중된 수출 구조도 문제다.
● 국내에선 과일 리큐르ㆍ수입맥주에 밀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모든 종류의 주류 판매가 하락했다. 막걸리는 호황을 누렸다. 2011년을 전후해 막걸리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한류 붐을 타고 일본에서 인기를 얻자 국내에서도 불티나게 팔렸다. 당시 전체 주류 시장에서 약 5%에 불과했던 막걸리 시장이 무섭게 성장해 10%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다.
4년여 만에 상황은 바뀌었다. 국내 막걸리 소비량은 2011년에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40만8,248㎘였던 국내 막걸리 소비량은 2013년 36만6,470㎘로 줄었다. "작년에는 소비가 더 줄어 전성기 이전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막걸리 소비 감소는 다양해진 저도 소주와 수입 맥주의 탓이 컸다. 특히 지난해 경쟁적으로 출시된 과일 리큐르(과일 혼합 주류)의 영향이 컸다. 롯데주류의 '순하리 처음처럼'이 출시 100일만에 4,000만병이, 하이트 진로의 '자몽에 이슬'이 출시 하루 만에 115만병이 팔려나가는 등 과일 리큐르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업소들도 안주를 더 팔 수 있는 소주 판매에 주력했다. 막걸리는 안주 없이도 마실 수 있는데다 배가 불러 소주보다 덜 팔린다. 여기에 1인 가구 증가, 집에서 술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며 수입 맥주가 인기를 얻었다. 주류 업체들은 판매 전략을 수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류 도매상들은 주류 소비 트렌드가 바뀌자 막걸리 대신 이왕이면 자신들이 병행 수입하는 수입맥주를 업소에 공급하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 한류 시들ㆍ차별화 실패…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이 치명타
수출도 뚝 떨어졌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까지 전체 막걸리 수출액은 1,168만 1,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95만 8,000달러와 비교해 16.3% 줄었다. 인기 절정이던 2011년 5,273만 5,000달러와 비교하면 77%나 감소했다.
이는 막걸리 최대 수출국인 일본으로 수출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전체 막걸리 수출액 중 일본 수출액 비중은 2011년 91.8%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51.4%로 급감했다.
일본 수출 감소는 무엇보다 일본 내 한류가 시들해진 영향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혐한' 분위기로 매장들이 막걸리 판매를 자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나치게 한류에만 편승해 차별화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맛과 향이 수없이 다양한 사케(일본식 청주)와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수출이 절정에 달했던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가 막걸리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한 것이 오히려 시장 확대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대부분 영세한 막걸리 업체들이 세계를 무대로 연구개발, 판로개척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대기업 진출이 막히며 오히려 막걸리 성장이 멈췄다"고 말했다. 실제로 막걸리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된 후 1년 만에 시장이 15% 줄어들었다. 결국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뒤늦게 막걸리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했다.
수출에 안정을 기하기 위해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순당 관계자는 "2010년부터 홍콩, 대만 등 한류 호응이 높은 동남아 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막걸리 수출 시장을 개척해왔다"며 "지나치게 일본에 편중된 수출 구조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 "한류에만 의존하지 말고 제품 개발과 막걸리 자체의 우수성을 알리는데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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