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체 사진을 본인 동의 없이 인터넷에 공개했더라도 피해자가 스스로 찍어 보낸 사진이라면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013년 11월 내연녀 A씨가 결별을 요구하자 A씨가 휴대폰으로 보내줬던 나체 사진을 자신의 구글 계정 사진으로 저장하고, A씨 딸의 유튜브 동영상에 댓글 형식으로 올린 혐의(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서모(53)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이하 특례법) 상 촬영물은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그 신체를 촬영한 것이 문언상 명백하다"며 "자의에 의해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찍은 촬영물까지 포함하는 것은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난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유튜브 댓글에 게시된 사진은 다른 사람의 신체를 찍은 촬영물이 아니어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씨는 A씨의 남편에게 '재미있는 파일 하나 보내드리죠' 등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A씨에게는 "가족을 파멸시키겠다"며 1,00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A씨 명의의 차용증을 위조해 법원에 대여금 지급명령을 신청하기도 했다.
1·2심은 서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나체 사진 공개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특례법 대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정보, 음란물을 인터넷에 유통할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 법원의 해석이다.
그러나 손정혜 변호사(비앤아이 법률사무소)는 “성폭력 근절이나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인격권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해석한다면 특례법도 적용 가능했을 것”이라며 “대법원이 법리 해석을 지나치게 좁게 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례법 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2항은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특례법 14조 1항에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다’는 표현을 근거로 본인이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봤다. 손 변호사는 “2항의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해’란 의미에 방점을 두고 조항 간 형평성을 고려하면 다른 사람이 촬영한 것으로만 좁게 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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