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범스'에서 '사탄의 인형' 속 처키를 발견했다. 목각인형 슬래피는 어린이들의 동심을 파괴하는 무법자로 스크린을 누볐다. 12세 관람가로 보기에 생각보다 오싹했고 스릴이 넘쳤다.
오는 14일 개봉될 새해 첫 판타지 어드벤처 '구스범스'는 책 속에 갇혀있던 몬스터들이 깨어나 세상을 위협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1992년 출간돼 20년 넘게 전 세계 32개국, 4억명의 독자를 사로잡은 '구스범스' 시리즈를 영화화 했다.
영화는 뉴욕에서 살던 잭(딜런 미네트)가 어머니와 단둘이 메디슨이라는 작은 마을로 이사를 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잭은 우연히 이웃집 소녀 헤나(오데야 러쉬)를 만나게 됐고 호감을 느꼈다. 하지만 걸림돌은 헤나의 아버지 스타인(잭 블랙). 스타인은 그 누구라도 접근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잭은 스타인에 대한 의심을 놓지 못하고, 학교에서 만난 친구 챔프(라이언 리)와 스타인의 집에 몰래 들어간다.
초반의 다소 지루한 사전 배경 설명이 지나면 드디어 판타지 스릴러가 펼쳐진다. 잭과 챔프는 스타인의 서재에서 구스범스 초본을 발견하곤 자물쇠를 열었다. 그 순간 책 속의 몬스터 설인이 현실세계로 나타난다. 알고 보니 구스범스의 시리즈인 작가 R.L.스타인이 어린 시절 따돌림을 당하며 느꼈던 분노를 소설로 배출해 놓은 것. 특별한 타자기와 만나 소설 속 주인공이 생명력을 갖게 됐다. 스타인은 이들이 현실로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자물쇠를 채워놓고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게 해두었다.
▲ UPI 코리아
하지만 문제는 최고의 악당 슬래피가 깨어나면서 부터다. 똑똑한 목각인형 슬래피는 몬스터들을 진두지휘했다. 책 속의 몬스터들을 다 불러냈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도록 책까지 불태워버렸다. 덕분에 무덤가에선 악령이 나타났고, 땅 속에서는 식인식물이 자라났다. 권투복 입은 늑대인간, 거대한 사마귀 등 몬스터들의 이어지는 공격은 아이들을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정교한 손놀림의 인형술사에 의해 탄생한 슬래피의 표정 연기도 압권이었다. 눈썹을 움직이면서 스타인을 죽이겠다고 말하는 모습은 내면의 잔인함을 극대화 시켰다. 슬래피뿐만 아니라 모든 몬스터들이 생생하게 살아움직이는 듯해, 보는 이들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어린이들에게는 무한한 상상력을 주고, 어른들에겐 처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한 편의 가족영화였다.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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