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연인 혹은 오랜 솔로 생활로 연애세포가 잠들어 있을 땐 바로 영화 '그날의 분위기'를 추천한다. 대한민국 남녀 누구나 한 번 쯤은 꿈꿨던 여행지에서의 운명적인 만남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오는 14일 개봉을 앞둔 '그날의 분위기'는 KTX에서 우연히 처음 만난 '안 하는 거 참 많은' 철벽녀 수정과 '마음만 먹으면 다 되는' 맹공남 재현이 하룻밤을 걸고 벌이는 밀당 연애담을 그린 영화다. 문채원은 10년 째 한 남자와 연애 중인 수정 역을 맡아 청순하면서도 반전 있는 당돌함으로 남성 관객을 사로잡았다. 유능한 스포츠 에이전트 재현 역의 유연석은 넓은 어깨와 부드러운 눈빛으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방출했다.
영화는 부산 출장길에 오른 재현과 수정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KTX에서 재현은 수정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녀에게 저돌적으로 다가갔다. 마치 여자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듯한 재현의 수법은 불편함과 동시에 놀라움을 안겼다. 특히 "저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라는 능청스럽고도 직설적인 대시가 그러했다.
사랑에 신중한 수정에겐 '하룻밤 사랑'은 있을 수 없는 일. 끈기 있는 재현의 러브콜에 수정은 어설픈 철벽으로 맞불을 놓았다. 재현은 '왜 하룻밤 사랑이 불가능한지', 수정은 '하룻밤이 어떻게 사랑인지' 등에 원나잇을 대한 관점을 쏟아냈다. 정반대의 가치관을 가진 두 남녀의 첫 만남이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의 만남이 주는 로맨틱한 분위기는 결국 두 사람을 하나로 만들었다.
▲ 쇼박스
우연처럼 출장을 동행하게 된 재현과 수정은 조금씩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수정의 귀엽고 솔직한 매력과 재현의 듬직하고 배려있는 면모가 드러났다. 진심을 알게 된 순간, 두 남녀는 다시 엇갈렸다. 재현에게 매료된 수정은 하룻밤 사랑에 용기를 낸 반면, 사랑에 빠진 재현은 하룻밤 사랑이 두려워졌다. 그러다 결국 두 남녀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날을 보내고 현실로 복귀한다.
로맨스 장르에 맞게 극중 상황은 척척 들어맞는다. 다소 예상가능한 전개도 있지만 두 남녀의 만남은 신선했고, 연애는 현실적이었다. 하지만 재현과 수정의 밀당연애는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만 같다. 초면인 두 남녀의 만남이 필연처럼 반복될 리도 없거니와, 출장길에 올라 "저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라는 말을 내뱉었다가 해고 또는 고소 둘 중 하나일테니.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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