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여유재원으로 우선 해결
정부는 향후 예산 대책 마련해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인상 싸고
교육ㆍ재정 전문가들 찬반 갈려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사태를 둘러싼 중앙정부와 시ㆍ도교육청 간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당장은 시ㆍ도교육청 및 의회가 예산을 즉각 편성해 보육대란을 막되, 중장기적으로 중앙정부가 반드시 예산 대책을 마련해 실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장기 대책과 관련해 ‘증세 없는 복지’ 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했으나, 교육감들이 요구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인상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10일 한국일보가 교육 및 재정 전문가 10명을 인터뷰한 결과, 누리과정 예산 파행 사태의 원인은 중앙정부의 무리한 복지정책이지만, 눈 앞에 닥친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함께 예산 구조조정에 나서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세무학)는 “재원조달 방안이나 합의도 없이 누리과정을 추진한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잘못이지만 중앙정부 역시 재정위기”라며 “보육대란 위기는 교육청의 여유재원을 최대한 끌어와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석 교육재정파탄극복국민운동 집행위원장도 “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하는 한이 있더라도 우선 해결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합의를 해야 한다”며 “물론 현재 교부금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향후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방안을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청이 요구해 온 교부금 인상에 대해선 교육 전문가들은 찬성, 재정 전문가들은 반대로 엇갈렸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과, 노인복지 등의 예산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이 팽팽했다. 이정욱 덕성여대 교수(유아교육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 교육예산은 다른 선진국보다 떨어진다”며 “학령인구가 감소한다 하더라도 높은 교사 대 아동 비율 등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부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교부금을 늘리면 다른 재정에 압박이 가해지므로 교육청의 지출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은 예산 우선순위의 문제인데, 보편적 복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어느 항목을 삭감할 수 있을지는 결론이 쉽게 도출되지 않았다. “교육청 예산을 절감한다 해도 100억원 정도가 최대이므로 국방부 예산을 줄여야 한다”(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주장이 나오는 등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고통을 분담해야 함을 시사했다. 대신 증세의 필요성은 대다수 전문가들이 공감했다.
한편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날 보육대란 문제에 대한 해법이 나오지 않을 경우 경기도의회와 협의해 경기도가 누리과정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의회는 13일 임시회를 열어 본예산안 의결을 위한 본회의 개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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