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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씨] 위안화 급락에 중국산과 수출 경쟁 더 치열… 원화 동반 하락은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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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씨] 위안화 급락에 중국산과 수출 경쟁 더 치열… 원화 동반 하락은 다행

입력
2016.01.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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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주식시장이 연초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루에 주가가 7% 이상 떨어지면 그 날 거래를 그 순간 종료해버리는 서킷브레이커도 새해 들어 두 번이나 발동됐습니다. 중국 주식시장이 이렇게 휘청거리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위안화 환율이 자꾸 위안화 약세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큰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왜 위안화는 자꾸 약해지고 있는 걸까요. 그게 또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을 가져 올까요.?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왜 주식시장이 놀라나

위안화 환율은 지난 7일 달러당 6.56위안으로 고시됐습니다. 환율이 '고시됐다'는 표현을 쓰는 건 위안화의 환율은 우리나라의 원화처럼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면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시장의 움직임을 반영해서 당국이 '오늘의 환율은 이렇게 한다'고 결정해서 발표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7일 고시된 달러당 6.56 위안은 하루 전보다 0.5% 오른(위안화 가치가 하락한) 것입니다. 그에 앞서 6일과 5일, 그리고 4일에도 위안ㆍ달러 환율은 각각 0.22%, 0.21%, 0.15%씩 올랐습니다. 8일에 살짝 절상(0.015%)되긴 했지만 올해 들어서만 위안화 가치는 1% 넘게 하락한 겁니다.

1% 하락이라고 하면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 위안화 가치는 2015년 1년내내 4.5% 하락했습니다. 그런 정도의 하락폭만으로도 외환시장은 크게 출렁였습니다. 그동안 위안화의 가치는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달러화의 가치와 비슷하게 움직이도록 유도했기 때문에 위안ㆍ달러 환율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죠. 그래서 작년에 4.5% 하락한 것도 시장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작년으로 치면 약 석달치의 환율 하락폭을 약 2주만에 기록한 겁니다. 시장이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주식에 투자한 외국 투자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봅니다. 나중에 그 주식을 팔아 생기는 위안화를 다시 달러로 바꿔서 갖고 나가야 하는데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손에 쥐는 달러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중국 수출기업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주가 상승 요인이기도 하지만 단기간에 위안화 가치가 갑자기 하락하면 장기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해보기도 전에 손해가 커집니다. 최근의 중국 증시 추락은 중국 증시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위안화의 이런 빠른 약세 움직임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위안화 가치는 왜 떨어지나

중국은 전통적으로 위안화를 미국 달러화의 가치와 함께 움직이도록 사실상 고정환율로 묶어놓았습니다. 그래서 위안화의 가치는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함께 오르고 내리면 함께 내렸습니다. 마치 미국 달러라는 마라톤 선수와 발목을 함께 묶고 2인 3각 달리기를 하는 것과 비슷했죠.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화폐 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상황에 따라 오르내리는 게 일반적인데 중국 위안화의 가치는 중국의 독특한 통화정책 때문에 엉뚱하게도 미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달러의 움직임에 따라 함께 오르내리게 됐던 겁니다.

물론 중국이 미국에 주로 수출을 해서 먹고 살던 시절에는 미국 경기가 좋으면 중국도 수출이 잘되고 미국이 어려우면 중국도 함께 어려우니 미국 달러화의 가치와 위안화의 가치가 함께 움직이는 게 별로 부자연스럽지 않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는 그런 공식이 깨졌습니다. 미국만 경기가 홀로 회복되고 중국은 오히려 그 동안의 급속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불거지면서 경기가 위축됐기 때문이죠.

게다가 중국이 유럽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유럽의 경기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는데 유럽의 경기는 미국과는 다르게 계속 침체 중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주요국들 가운데 미국의 경기만 회복세를 보이다 보니 전세계적으로 미국의 달러화만 유독 강세를 나타내는 현상이 지난해 한 해 동안 계속 이어졌습니다. 달러화 강세는 2014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됐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달러화는 전세계 모든 통화에 비해 약 20% 정도 가치가 상승했습니다. 그 말은 달러와 발목을 묶고 함께 움직이도록 설계된 위안화도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그만큼 가치가 상승했다는 뜻입니다.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는 바람에 수출에 악영향을 받았습니다. 더 이상 달러화를 따라서 위안화가 함께 움직이도록 계속 묶어놨다간 중국의 수출에 악영향이 적지 않겠다고 판단한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위안화 고시 환율을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즉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환율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놔뒀으면 이미 한참 떨어졌어야 할 위안화 가치를 중국 정부가 붙잡아 두고 있다가 작년 하반기부터 뒤늦게 떨어뜨리기 시작하니 그 폭이 클 수 밖에 없겠죠.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게 불을 보듯 뻔해진 상황에서는 중국에 들어온 외국계 투자자금도 먼저 빠져나가기 경쟁이 벌어지고 이런 분위기를 간파한 중국인들도 돈이 생기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전세계에 풀려있던 돈들에게 ‘미국으로 돌아오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이런 움직임은 더 가속화됐습니다. ?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우리에겐 무슨 일이 생기나

어떤 나라의 통화가 약세가 된다는 건 그 나라의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그 나라 돈가치가 떨어지니 그 나라 국민들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하겠죠.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국민들 입장에서는 수입품의 가격이 과거보다 더 비싸게 느껴지게 되고 그러면 수입을 줄이게 됩니다.

반면 수출은 늘어나게 되죠. 즉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떨어진다는 건 “이제 우리 수출 좀 늘리고 수입 좀 덜 하겠다”는 목소리를 낸 것과 같습니다. 중국에 원자재를 파는 신흥국들은 중국의 원자재 수입이 더 줄어들 테니 걱정이고 우리나라처럼 중국의 수출품과 경쟁하는 나라는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니 자국 제품이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입니다.

우리나라는 그 두 가지의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받습니다. 우리나라가 원자재 수출국가는 아니지만 원자재 수출국가에 여러 가지 상품을 수출하는 나라여서 원자재 수출국가들이 중국 때문에 피해를 보면 우리에게도 그 여파가 간접적으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유럽이나 미국, 중국 등 대형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나라 업체들은 낮아진 위안화 가치를 무기로 더 낮아진 가격표를 붙이고 나오는 중국산 제품과 경쟁해야 합니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우리나라 원화가 중국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함께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원화가 외국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중국 위안화의 대체재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외국인들의 시각에서 한국은 중국의 경기가 좋아지면 함께 좋아지고 중국 경기가 나빠지면 함께 나빠지는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그러니 중국 경제가 불안해져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한국 돈 원화의 가치도 함께 떨어질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중국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것 같으면 한국 돈 원화를 내다 파는 헤지 전략을 씁니다.

중국 돈 위안화를 직접 중국 외환시장에서 팔기엔 중국 외환시장의 규제가 많아서 불편하기 때문에 중국 돈 위안화와 거의 쌍둥이처럼 움직이는 한국 돈 원화를 사거나 팔아서 중국 돈을 사고 파는 효과를 거두겠다는 뜻입니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런 역할을 하는 한국 원화를 위안화의 ‘프록시(Proxy) 통화’라고 부릅니다.

작년 연말 1.160원대이던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선까지 급격히 올라간(원화 약세) 가장 큰 이유는 위안화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자국의 돈 가치를 떨어뜨려서 수출을 늘리고 경제를 회복시키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위안화 덕분에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가 함께 떨어지는 이점이 생긴 셈이기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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