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가 게임업계에도 파고 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모바일 게임에 일베에서 사용되는 속어를 집어 넣었다는 지적을 받은 개발사 대표는 결국 자진 사퇴하기로 했다.
1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베 논란에 휘말린 모바일 게임 ‘이터널 클래시’의 개발사 벌키트리의 김세권 대표가 공식 사과문을 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와 함께 이달부터 발생하는 이 게임의 수익금 전체를 공익 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자사 게임과 관련한 논란에 무릎 꿇고 사죄 드린다”며 “이번 사안이 마무리되는 대로 대표직을 사퇴하고 개발 업무만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이터널 클래시는 지난해 12월31일 출시된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이다. 직원 30여 명의 중소 개발사 벌키트리가 3년에 걸쳐 만들고 ‘영웅’ ‘블레이드’ 등으로 유명한 모바일 게임업체 네시삼십삼분(4:33)이 유통을 맡았다. 지난해 국내 최대 게임축제 지스타의 주요 후원사였던 4:33은 자사 전시관에서 이터널 클래시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올 상반기 기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 게임은 출시 직후부터 시작 화면과 각 장(챕터)의 부제목에 일베 용어를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난이도에 따라 나눠진 챕터 중 ‘4-19’와 ‘5-18’에 각각 ‘반란 진압’, ‘폭동’이라는 부제를 붙였는데 두 표현 모두 일베에서 4ㆍ19 혁명과 5ㆍ18 민주화 운동을 비하하는 말이다. 또 ‘5-23’의 부제 ‘산 자와 죽은 자’도 고(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인 5월 23일을 암시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이용자들이 문제점을 지적하며 잇따라 이탈하자 4:33 측은 지난 8일 문제의 챕터 명을 수정하고 광고 전면 중단 조치를 취했다. 또 벌키트리는 3년 전 기획 단계부터 모든 과정을 확인하고, 참여 인원 전체를 면밀히 조사해 관련 책임자를 중징계하기로 했다.
중소 개발사가 수 년간 개발한 게임이 하루 아침에 서비스 중단 위기에 놓이자 게임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게임업계는 업종 특성상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이 활발한 20, 30대 직원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사전에 일베 용어 등을 전면 차단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어서 답답한 상황”이라며 “이제 기업 책임자들이 일베를 공부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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