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가장 타격을 받은 사람 중 한 명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10년 사무총장 임기 대미를 한반도 평화 메신저로 자리매김하고, 2017년 한국 대선 구도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방북 기회가 북한의 핵 도발로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반 총장의 분노는 6일 핵실험 직후 입장 표명에서도 확인된다. 반 총장은 당시 “(북한은) 더 이상의 어떠한 핵 활동도 중단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적인 의무를 지키기를 촉구한다(demand)”며 “핵 실험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의 규범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 핵실험은) 지역 안보와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노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명백하게 규탄한다(condemn)”고 강조했다. 반 총장의 언급은 외교적 표현을 넘어,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는 평이다. 유엔 소식통은 “영어 성명 속의 ‘규탄’이나 ‘촉구’ 표현은 유엔 사무총장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내놓을 수 있는 높은 수위의 비판”이라고 설명했다.
반 총장의 분노에는 개인적 실망감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앞서 반 총장은 한국 출신 첫 유엔 수장으로서 북한 및 북핵 문제 해결을 자신의 역점 사업으로 제시해왔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나 남북관계 긴장도가 고조될 때마다 평화 메시지도 발표해왔다.
특히 지난해 5월 개성공단 방문을 추진하는 등 유엔 사무총장 임기 중 한반도 평화 정착의 해법을 찾겠다는 노력을 지속했다. 하지만 북한이 반 총장 방북 승인을 하루 만에 뒤집는 바람에 결국 북한 방문이 무산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도 방북을 추진하다 이 사실이 국제사회에 일찍 공개되면서 북한 방문이 순연된 일도 있다. 새해 들어 세 번째 방북을 재추진 해왔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반 총장 방북은 당분간 어려워지게 됐고 총장 퇴임 후 국내 행보에도 차질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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