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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왜 ‘박 대통령 전화’ 못받을까

입력
2016.01.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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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동맹 힘 실어줄라” 경계

北 자극해 사태 악순환 우려까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인민해방군 제13집단군을 방문,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인민해방군 제13집단군을 방문,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망

북한의 4차 핵 실험 후 한중 두 나라가 협의중인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 통화가 과연 성사될지에 동북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한중 정상 통화가 이뤄질 경우 북핵에 대한 단호한 한중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사상 최고라는 한중 관계 속에 중대 현안이 발생했는데도 닷새가 지나도록 양국 정상이 직접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 만큼 중국의 고민이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외교가의 설명이다.

중국이 양국 정상 통화란 한국의 요구를 선뜻 수용하지 못하는 데에는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먼저 북한의 핵 실험 후 한반도 정세가 소용돌이치며 한미일 동맹이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일본이 북핵을 구실로 실제론 중국을 겨냥한 군사력 증강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정상이 통화를 할 경우 마치 한미일 삼각 동맹에 중국도 가세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

둘째 미국의 전략 자산이나 핵무기가 다시 한반도에 배치될 수 있다는 점도 중국의 우려다. 1990년대 주한미군 핵 무기를 철수시킨 미국이 만약 한국의 요청에 따라 핵무기를 다시 배치하게 되면 한반도 비핵화란 중국의 외교적 목표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핵 무기는 아니라 하더라도 전략 폭격기나 핵 잠수함, 스텔스 전투기 등이 한반도 주변에 상시 출몰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셋째 무엇보다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사드ㆍTHAAD)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이 더 커졌다. 중국은 그 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했다. 2,000㎞ 밖의 탄도 미사일까지 탐지할 수 있는 사드에 대해서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 실험으로 중국이 그 동안 사드에 반대해 온 명분은 상당히 약해졌다. 중국으로서는 곤혹스런 상황이다.

넷째 중국은 대북 제재 강화가 북중 관계를 더 소원하게 하면서 사태의 악순환만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미일이 주도하는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제재는 이전보다 제제의 범위와 정도가 더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 해야 하는 중국은 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제멋대로인 북한은 미사일(위성) 발사 추진 등 더 과격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고 동북아 정세는 더욱 급박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너무 나갈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4차 핵 실험에 당초 격분했던 중국이 이후 각국의 냉정을 호소하며 “지금의 목표는 북한을 고립시키거나 억제하는 게 아니다”고 한 발 물러선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는 한반도 정세가 한미일 대 북한의 대결 구도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 결국 6자 회담을 열어 대화로 문제를 풀자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통화를 하더라도 시 주석이 내 놓을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고민이 깊다는 것은 알지만 중국도 북핵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전화 통화를 할 경우 북한 핵 실험 관련 첫 한중 정상 통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1~3차 핵 실험 당시엔 한중 정상 통화가 성사되지 못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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