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편성 문제로 전국이 시끄럽다. 날씨도 추워지는데 자칫 이달부터 목돈이 들어가게 생긴 3~5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속살까지 떨릴 노릇이다. 줬다 뺏는 사람이 제일 나쁘다면서 4월 총선 때 두고 보자는 학부모들이 생겨나고 있다.
교육부는 전국적으로 누리과정을 편성하지 않는 시도교육청이 늘어나자 지난달 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한 7개 시도교육청에 대해 순차적으로 예산점검을 실시했다. 조만간 교육부는 점검에서 파악한 잉여금 과소계상이나 사업비 과대계상 등 부당한 사례를 공개할 방침이다. 쉽게 말해 들어올 돈은 줄이고 나갈 돈은 부풀려 가난한 척 하는 시도교육청을 ‘팩트’로 혼내주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겁먹을 줄 알았던 시도교육청들이 오히려 반색하고 나서고 있다. 속칭 맞짱을 떠서 시비를 가리자는 것이다.
시도교육청들이 이렇게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마다 2시간 안팎의 시간을 배정해 예산을 점검했다. 교육청 예산담당자들이 예산자료를 들고가 교육부 지방재정과 담당자들과 토의를 한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 숫자를 가지고 조목조목 분석한 것이 아니고 “더 들어올 돈이 있지 않느냐” “그걸 어떻게 아느냐” 는 등의 뜬구름 잡기 식의 대화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교육부는 “경기도교육청 재정이 어렵다는 걸 안다. 그래도 인건비 몇 백억 과대계상한 것 있지 않느냐”는 전제까지 했다고 한다.
원래 시도교육청 예산은 시도의회와 교육부에 보고하게 돼 있다. 교육부 관계자도 “매년 예산안을 넘겨받아 분석하고 있고 이번에 특별한 사정이 있는 만큼 좀더 주의해서 분석했다”고 말했다. 이번 점검은 다분히 여론을 의식한 엄포용이었을 뿐이다.
경기도 예산담당자는 “교육부 담당자들이 내려와 우리 예산을 실사해주기를 고대하고 있다”면서 “뻔히 공개돼 있는 예산 갖고 왜 말이 다른지, 정말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가능한지를 ‘팩트’로 평가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시도교육감들이 정치적이라고 말하기 전에 교육부는 응당 시도교육청에 가 예산서를 샅샅이 뒤지고 그 결과를 누리과정 학부모에게 낱낱이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게 바로 누리과정 해법의 전제다.
이범구경기본부장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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