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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구제 시기 놓친 책임 물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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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구제 시기 놓친 책임 물어야죠”

입력
2016.0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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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도 수능시험 세계지리 오류 피해 손배소 진행 중

평가원 상대 등급결정처분 취소소송 무료변론으로 승소

김현철 변호사
김현철 변호사

‘(2012년)유럽연합(EU)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 현재까지도 관련소송이 진행 중인 2014년도 수학능력시험의 세계지리 오류문항이다. 실제 2012년은 NAFTA의 총생산액이 더 컸지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맞는 것을 찾는 문제에서 이 문항을 정답 처리해 말썽을 빚었다. 결국 법원이 시시비비를 가려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피해를 본 100명의 수험생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현재 진행형이다. 유례없는 특이한 소송의 중심에 김현철(47) 변호사가 있다. 평가원을 상대로 한 등급결정처분 취소소송의 무료변론을 맞아 승소했고, 이제는 이 문제로 피해를 본 수험생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변호를 맡고 있다.

-등급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무료변론을 맡았는데

“변호사 친구가 1심에서 패소하고, 항소심에서 도움을 요청해 변론을 맡게 됐다. 수험생들의 억울함을 알 것 같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려고 무료변론 했다. 이를 둘러싼 사회적인 공감대도 충분했다. 이 문항은 객관적 통계에 의해 정답이 명백히 가려질 수 있었고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랐다. 그러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는 출제오류를 인정하고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보수적ㆍ권위적 태도로 일관했다. 유례없는 수능문제 오류를 인정하기 싫었던 탓이었다. 특히 이 문항은 가장 높은 배점 3점으로 수험생들의 지원대학이 달라지고 같은 대학 내 학과가 바뀌는 수험생도 1만8,000여명이나 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23억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진행 중인데

“수험생들의 피해는 다양했다. 성적이 바뀌면서 추가 합격해 다시 1학년이 된 경우, 잘못된 성적으로 재수한 경우, 잘못된 성적에 맞춰 학교를 다니는 경우 등. 올 초 소송 의사를 밝힌 400명 중 사실관계가 확정된 100명을 대상으로 1차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청구액은 모두 23억4,000여만원이다. 인생에서 1년을 잃어버린 학생들도 많았다. 예컨대 황모 군은 A대 정치외교학과에 불합격했다가 성적이 바뀌며 추가 합격했다. 그러나 이미 재수를 해 1년 늦게 이 대학에 진학, 덩달아 사회진출이 1년 늦어졌다. 늦어진 사회진출로 잃게 될 임금, 재수 비용, 위자료 등이 손배액에 포함됐다. 이번 소송은 수험생을 구제할 골든 타임을 놓쳐 피해를 입힌 책임을 묻는 일이다.”

-경찰대 수석졸업, 고시 2관왕 등 수험경력이 눈에 띈다

“경찰서장 친척의 권유로 경찰대학에 진학했는데 졸업 후 적성에 맞지 않아 경찰생활을 그만뒀다. 막연히 장래희망을 생각했을 뿐 명확한 꿈이 없어서 주위의 권유에 휩쓸린 것 같다. 입시에 억눌린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사관학교에 진학한 것도 기대와 달랐다. 다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공부해 수석졸업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대학시절 전공은 법학이었다. 당시 사법시험을 준비하다가 그만뒀지만 경찰의 기동대 근무시절 유괴사건을 담당한 판사의 모습에 반해 경찰생활을 그만두고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보장된 직장을 그만두다 보니 불안해져 행정고시도 봤고 합격했다.”

-판사로 재직한 12년 간 기억에 남는 판결은

“벤츠 여검사 사건이다. 2012년 고등법원 형사부에 근무하며 주심을 맡았다. 1심에서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 받아 항소심으로 넘어온 사건이었다. 기록상 대가성 없이 연인관계에서 벤츠를 선물한 것이 명백해 보였는데, 1심은 여론에 휩쓸려 유죄를 인정하고 엄청난 형을 선고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론에 구애 받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판결문에 ‘벤츠는 사랑의 증표’라는 표현을 써 여론의 비난을 많이 받았던 기억도 난다. 이 사건은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도덕적 비난을 떠나 판사 한 사람의 판단에 따라 다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향후 어떤 변호사가 되고 싶은지

“변호사 일도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형사사건의 경우 실형을 받느냐 집행유예를 받느냐에 따라 하던 사업이 망할 수도, 가족들의 생활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민사사건은 승패에 따라 생활터전인 집이 경매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변호사에겐 수십 건 중의 한 건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일생일대의 문제라는 것이다. 남들에게 하기 힘든 말도 가족에게는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려운 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족 같은 변호사가 되고 싶다. 아울러 현재 몸담고 있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비롯해 소년ㆍ소녀가장 등 어려운 환경에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김현철 변호사는

부산 해운대고와 경찰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경찰간부를 역임했다. 퇴직 후인 1998년 행정고시(42회), 1999년 사법시험(41회)에 연달아 합격, 울산지법과 부산지법, 부산고법 등을 거쳐 현재 김현철ㆍ오권석 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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