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핵 미사일로 무장한 미군의 B-52 장거리 폭격기가 10일 중국과 가까운 한반도 상공까지 날아온 데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동북아 긴장이 점점 고조되는 것을 우려했다. 일부 전문가는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라며 미국이 북핵을 핑계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전략 무기를 전진 배치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관영 신화통신을 비롯 중국 매체들은 이날 미군의 B-52 폭격기가 괌의 앤더슨 기지에서 출격, 한국의 오산 공군기지 상공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속보로 전했다. 신화통신은 이 폭격기가 16.8㎞의 고고도로 적 진영에 침투할 수 있고 모두 35개의 재래식 폭탄과 12개의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사정거리 200㎞의 공대지 핵 미사일과 지하 벙커까지 공격할 수 있는 사정 거리 2,500~3,000㎞의 순항(크루즈) 미사일도 탑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영 CCTV는 “북한의 4차 핵 실험 후 예상보다 빨리 B-52 전략 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 출격했다”며 “이는 한미 당국이 북한의 4차 핵 실험을 중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 매체들은 미 전략자산이 이례적으로 신속히 전개된 점에 주목했다. 봉황위성TV는 “천안함 사건 당시에는 미국의 전략 무기가 한반도에 도착하는 데 1주일이상 걸렸으나 이번엔 나흘 만에 도착했다”며 “더구나 한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도 재개했고, 남북 직접 대화는 전혀 없는 상태여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어 조만간 또 다른 미국의 전략 무기가 한반도에 도착할 것이란 한국군 발표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비판적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군사평론가인 천광원(陳光文)은 “미국이 핵 잠수함이나 B-52 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등의 전략 무기로 북한을 상대하겠다는 것은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겠다는 것과 같다”며 “이러한 전략 무기의 진정한 목적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는 “이처럼 가까운 거리에 이런 전략 무기들이 배치되는 것에 중국과 러시아는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반인들도 비판과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다거우쭝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에 “미국은 지난해 11월에도 남중국해에 B-52 폭격기를 보냈지만 중국을 굴복시키지 못했다”는 댓글을 달았다. 아이디 항청메이유는 “미국과 북한이 전쟁을 벌이면 북한의 핵 시설 파괴로 인한 방사능 피해는 중국이 고스란히 떠 안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러시아 역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기다려야 한다”며 관련국들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프란츠 클린체비치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미국이 B-52를 가동시킨 것은 북한의 비건설적 행동에 ‘위협’이라는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러시아도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을 우려하고 있으며 관련국들은 안보리 결의를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이날 B-52 폭격기의 한반도 상공 비행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진 않았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7일 “각국은 냉정을 찾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모순이 더 격화되는 것을 막아야만 한다”고 주문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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