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6조에 상장 계열사 없어
이중근 회장 통큰 투자 가능
호텔 건립 등 사업다각화 의도도
부영그룹이 최근 잇따라 부동산을 사들이며 ‘부동산 재벌’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8일 삼성생명 태평로 본관을 매입한 것을 비롯해 최근 석 달간 전국에서 사들인 부동산만 1조원이 넘는다. 주요 기업들이 경기불황을 대비해 부동산 자산을 정리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 행보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삼성생명 사옥 인수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부영은 지난해 10월부터 인천 송도 대우자동차판매 부지(3,150억원) ▦강원 태백 오투리조트(782억원) ▦경기 안성 마에스트로CC(약 900억원) 등 3건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삼성생명 본관(약 5,800억원)까지 포함하면 최근 석 달간 부동산을 사는데 들인 돈만 1조원을 훌쩍 넘는다.
부영그룹은 총자산이 16조원이 넘는 기업이지만 지주회사인 부영을 비롯해 15개 계열사 중 상장사가 단 한 곳도 없어, 이런 ‘통 큰’ 투자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이 자산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현금을 기반으로 토지든 빌딩이든 가차없이 사들인다는 것이다. 부영에서 임원으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이 회장은 ‘땅은 절대 속이는 법이 없다’는 철학이 매우 강한 분“이라며 “이 회장의 부동산 사랑이 유별나다 보니 일부 직원들은 만사를 제쳐놓고 부동산 매입에 몰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회장의 부동산 사랑은 본업인 임대주택 사업에서도 여실히 확인된다. 부영은 토지 매입 →임대아파트 건설 →임대 후 분양 전환 →토지 매입 등의 선순환 방식으로 일찍부터 부동산 매입에 힘을 쏟아왔다. 임대사업은 한번에 목돈을 쥐기는 어렵지만 꾸준한 현금 확보가 가능하고, 건설 경기 침체 시 미분양 우려도 줄일 수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2004년 자산총액 2조4,000억원에 불과했으나 부동산 현금 매입을 통한 임대사업을 주도하면서 10여년만에 재계 19위까지 올라섰다”고 말했다.
최근 부영의 부동산 매집 추세를 보면 과거와 달리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도 서귀포시 ‘부영호텔&리조트’를 지난해 개장한 데 이어 삼환기업으로부터 매입한 서울 중구 한국은행 뒤편 부지와 성수동 뚝섬 부지에도 관광호텔 건립을 각각 추진 중이다. 부영 관계자는 “아직 삼성생명 본관의 세부 활용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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