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라인(가레스 베일-카림 벤제마-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수비에 가담해야 한다.”
지네딘 지단(44) 레알 마드리드 신임 감독은 데뷔전을 앞두고 최전방 공격진의 수비 가담을 주문했다. 볼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곧 경기 장악을 의미하고 이는 최선의 수비가 된다는 발상이었다. 지단 감독은 볼 소유를 통해 상대가 공격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전략은 통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10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2015~16 프리메라리가 18라운드 데포르티보 라 코루나와 홈경기에서 5-0 완승을 거뒀다. 12승4무3패가 된 레알 마드리드는 승점 40으로 리그 3위를 유지했다. 1위 FC바르셀로나(13승3무2패 승점 42)와 승점 차는 2점밖에 나지 않는다.
이날 레알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호날두와 벤제마, 베일이 최전방에 배치되고 마르셀루, 세르히오 라모스, 페페, 다니엘 카르바할이 포백을 형성했다. 레알은 선수 전원이 수비에 가담하는 전술로 상대에게 공격할 기회를 좀처럼 주지 않았다.
데포르티보를 공수에서 옥죈 레알은 경기 초반부터 대량 득점의 기미를 보였다. 전반 15분 벤제마의 힐킥 선취골로 앞서나간 레알은 전반 22분 베일이 한 골을 더하며 2-0으로 승기를 잡았다. 후반 들어서도 레알의 골 잔치는 멈추지 않았다. 베일은 후반 4분과 18분에 잇따라 골을 성공시키며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벤제마는 후반 추가시간 1분에 쐐기골을 터뜨리며 팀의 완승을 자축했다. 호날두는 골은 넣지 못했으나 어시스트 2개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도왔다.
레알은 전후반 총 23차례 슈팅을 기록했을 정도로 파상공세를 펼쳤다. 견고한 포백라인에 더해 공격 진영 선수들의 적극적인 가담으로 수비가 안정되자, 공격도 효율적으로 전개됐다. 레알의 패스성공률은 87%에 육박했다.
경기 후 지단 감독은 “볼 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공격에서는 측면을 노린 것이 주효했다”며 “선수들이 전술에 따라 좋은 경기를 해줬다. 선수들은 명확한 목표를 갖고 동료들에게 패스를 건넸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데포르티보전은 지단의 선수 장악력을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2000년대 초반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운영정책인 ‘갈락티코(Galacticoㆍ호화라인업 구성)’ 1기의 핵심 멤버였던 지단은 까마득한 후배들을 데리고 감독으로서 첫 경기를 기분 좋게 승리했다.
전임 라파엘 베니테즈(56)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베니테즈가 뚜렷한 팀 컬러를 갖지 못한 반면 지단은 첫 경기에서부터 수비를 강조, 기존 강점이던 공격력까지 배가시키는 전략을 선보였다. 지단 감독은 선수 시절 ‘중원의 사령관’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축구 역사상 최고의 미드필더(MF)로 꼽혔다. 그가 감독으로서도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을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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